[류한준기자] 박병호에게 2012시즌은 10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다. 가을야구는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에게 또 '남의 일'이 된 것이다.
넥센은 올 시즌 초반 돌풍의 중심이었다. 8연승을 달리면서 한때 순위표 맨 윗자리에 있기도 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모든 매체들은 앞다퉈 넥센을 조명했고 중심타자 박병호도 큰 주목을 받았다.
박병호는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긴 했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넥센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거짓말처럼 성적이 가라앉았다. 태풍이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보였다. 연승이 아닌 연패를 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결국 최종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예년에 비해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내심 가을야구를 기대했던 구단이나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이런 가운데 김시진 감독이 팀을 떠나는 등 후반기 팀은 어수선했다.
▲새로운 준비를 위해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친 박병호는 한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시즌 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팀은 박병호에게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박병호는 "솔직히 좀 어색하기도 하다"고 웃었다. 훈련 제외는 팀내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흥식 타격코치와 염경엽 신임 감독은 박병호에게 '잘 쉬는 것도 훈련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23일 목동구장을 찾았다. 이날은 신임 염경엽 감독이 1, 2군 선수단과 처음 상견례를 가졌고 마무리훈련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박병호도 시즌 종료 후 2주 조금 넘어 다시 목동구장을 찾았다. 그는 "마무리 훈련에 동참하진 않지만 이제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과 복근 운동 위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이날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만나 오프시즌 체력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 1월 열리는 스프링캠프 때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올 시즌 기록한 성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걸 박병호도 잘 알고 았다.
박병호는 오프시즌 동안 타격과 수비에서 단점 보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는 "(이)승엽이 형이나 (김)태균이 형을 보면 정말 부럽다. 어쩌면 그렇게 부드럽게 스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물론 (이)대호 형은 말할 것도 없다. 내 단점이 타격을 할 때 좀 뻣뻣하게 방망이가 나오는 편인데 세 선수 모두 그렇지 않다.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이라고 얘기했다.
박흥식 코치도 박병호에게 '배트가 나갈 때 좀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스윙을 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올 겨울 박병호는 파워뿐 아니라 부드러움까지 더할 생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도전을 해야 한다.
▲개인목표=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주변에서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박병호가 될 확률이 높다고 얘기를 한다. 박병호는 "솔직하게 이렇게 말하면 안 믿을 사람도 있겠지만 MVP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면 다를까. 내가 그 상을 받기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했다.
박병호의 수상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다. MVP 선정 기준이 포스트시즌 포함이 아닌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범위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넥센은 박병호 외에 서건창이 신인왕 후보다. 만약 두 선수가 MVP와 신인상을 받는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에서 나온 최초의 MVP·신인상 동시 수상이다.
박병호는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MVP가 탐이 나긴 한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MVP를 못받더라도 (서)건창이는 충분히 신인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고 올 시즌에 충분히 제 실력을 증명했다"고 얘기했다.
박병호는 집에서 TV 중계를 통해 올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봤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다른 팀들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다르더라"고 했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시즌 중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아쉽게 놓쳤던 경기를 잡았다면 박병호와 넥센 선수들은 TV중계를 통해 다른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켜보는 일은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박병호는 "올해 경험이 분명하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며 "나 또한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1루 수비를 보는 가운데 종종 집중력이 흐트러져 송구를 잘 잡지 못하거나 타구 처리 실수를 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는 "내년 시즌이 어쩌면 본격적인 출발이라 본다"며 "올 시즌에는 상대 투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지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이익을 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거라고 본다. 그리고 동료들과 가을야구에 꼭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확실한 4번타자 박병호, 그가 있기 때문에 넥센의 내년 시즌은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