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라운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집토끼 두 마리를 모두 놓쳤다. 김주찬, 홍성흔은 각각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고 그렇게 1라운드는 종료됐다.
검증된 리드오프와 4번타자를 한꺼번에 놓치는 바람에 롯데의 내년 시즌 전력구성에 당장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FA를 놓쳤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라 FA를 데려온 팀은 이적 공시 이후 3일 이내에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원 소속구단에 넘겨야 한다. 롯데는 KIA와 두산으로부터 이 명단을 받고 역시 3일 이내에 '시즌 연봉 200%와 보상선수 1명 지명' 또는 '시즌 연봉 300%' 둘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두 명의 선수가 떠난 롯데는 KIA와 두산으로부터 보상선수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 구단 관계자는 "보상선수를 데려오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FA 보상선수 제도가 시작됐다. FA 이적 첫 사례는 해태(현 KIA)에서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이강철(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이다. 당시 이강철을 영입한 삼성은 같은 유형의 투수였던 박충식(선수협회 사무총장)을 보상선수로 내줬다.
박충식을 시작으로 초창기 FA 보상선수는 이름값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름이 덜 알려진 신인급 선수나 유망주를 선택하기보다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에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베테랑급을 우선 선택했다. 2000년 FA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하던 삼성은 이강철을 영입한 뒤 LG 트윈스 포수 김동수(넥센 코치)를 데려왔는데 LG는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에이스 구실을 하던 김상엽을 선택했다.
그러나 검증된 전력으로 꼽힌 베테랑의 영입은 효과를 못봤다. 박충식과 김상엽은 삼성 시절 보여줬던 기량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김상엽은 그 해 LG 유니폼을 입고 2경기에 나온 게 전부였다.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박충식도 결국 2002년 유니폼을 벗고 은퇴했다.
롯데는 지난 2004년 FA로 풀린 정수근과 이상목(이상 은퇴)을 영입했다. 대신 문동환과 신종길을 각각 두산과 한화에 보상선수로 내줬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나마 문동환이 두산에서 한화로 다시 트레이드되면서 2005년과 2006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해 이름값을 걸맞은 활약을 했다.
보상선수 중 가장 성공작으로 꼽힌 선수는 이원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홍성흔이 2009년 롯데로 FA 이적하면서 두산이 보상선수로 지명한 선수가 이원석이다. 당시 두산은 내야 전력이 풍부한 편이라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원석 지명은 의외였다. 그러나 이원석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9시즌 125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으로 맹활약했고 올 시즌도 역시 제몫을 했다.
이원석의 성공사례 이후 FA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트렌드는 베테랑이 아닌 유망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따라서 롯데도 어느 정도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보다 유망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투수 출신인 김시진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다면 야수가 아닌 투수 쪽으로 선택의 폭을 좁힐 가능성도 있다. 롯데의 결정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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