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첫 강등팀의 불명예를 받아든 광주FC의 향후 행보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광주는 지난해 창단해 갓 2년차로 접어들었다. K리그에서 감독, 코치, 프런트로 경험이 많은 최만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불꽃을 태우며 손자뻘 선수들을 조율했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을 앞세운 지도력도 현실 앞에서는 무력했다. 광주는 변변한 클럽하우스도 없이 출발했다. 연습구장을 확보하지 못해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영광을 오가는 수고를 해야 했다.
무엇보다 원룸에서 나눠 생활하는 선수들의 생활 여건은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사우나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숙소 인근의 사우나를 오가며 발품을 파는 등 애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식당도 없어 간식은 고사하고 끼니를 챙겨 먹는 것 자체가 다행일 정도였다.
최만희 감독은 급조되듯 창단한 광주FC에 아쉬움을 느끼며 늘 "시민구단을 만들 때 환경적인 조건이 따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대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팀을 만든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오직 선수단을 생각하다 보니 구단 고위 프런트와의 끝없는 긴장은 당연했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광주는 한 명의 선수도 보강하지 못했다. 대전 시티즌, 강원FC 등 다른 시도민 구단들이 대대적인 선수 영입으로 강등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함의 연속이었다.
광주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즉시 전력감 선수에 대한 가치를 최대한 떨어뜨려 영입을 하려고 하니 누가 선택하려고 하겠나. 더 좋은 조건을 가진 구단과 협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독은 간절히 원하는데 구단이 제시한 조건이 크게 어긋났다. 프로 세계의 생리를 모르는 구단 같았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물론 광주도 할 말은 많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 광주는 구단을 후원할 지역 기업을 찾는데 애를 썼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몇몇 기업은 소액 후원으로 생색을 내는데 그쳤다. 쉽게 돈을 끌어오지 못하니 지출할 수 있는 곳도 줄일 수밖에 없다.
광주시 관계자는 "구단주인 강운태 시장이 직접 지시해서 여러 기업과 다양한 형태로 후원을 논의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시했다. 시 역시 다양한 시정으로 인해 구단을 제대로 신경 쓰기 어려웠다. (타 종목 운동부, 문화단체 등)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려했던 팀 해체는 없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3년 프로축구연맹에 가입비 10억원, 발전기금 30억원을 내고 회원사가 됐다. 모두 시민의 혈세다. 2부리그로 강등됐다고 해서 쉽게 해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설 개선에 나서 1부리그 진입에 힘을 쓰겠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이제 광주의 관건은 최만희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는 것과 선수들의 이탈을 막는 데 있다. 최 감독은 시즌 내내 박병모 단장과 각종 문제로 마찰을 일으켰다. 28일 대구전서 패해 강등이 확정된 뒤 "(박 단장과) 저와의 관계는 잘 아시지 않느냐. 거취는 구단주와 상의하겠다"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선수단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최 감독의 선택에 따라 광주 구단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대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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