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17년만의 맞대결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맞붙는다. 1990년대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농구대잔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결이다.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이 28일 고양체육관에서 막을 열었다. 서울 SK와 연세대학교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안양 KGC와 중앙대학교의 대결까지 총 2경기가 열렸다. 앞으로 12월6일 결승전까지 매일 경기가 치러진다.
농구붐 조성을 위해 한국농구연맹(KBL)이 야심차게 마련한 대회다. 대회의 부제가 '마지막 승부'다. 90년대 농구 인기에 한 몫을 했던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경기 중에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 주제곡의 도입부가 흘러나온다. 90년대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흔적이자 그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분위기는 제법 그럴싸하다. 1라운드 대진이 전부 '프로 vs 아마'의 대결로 짜여진 가운데 첫날 중앙대가 지난해 프로농구 챔피언 KGC를 꺾는 파란을 연출하며 화제도 만들었다. 프로팀이 아마팀에게 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프로와 아마의 최강자를 가린다는 대회의 취지도 살린 셈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프로팀이 100%의 전력으로 나서지 않았다. 감독들은 주전급을 제외하고 경기에 나서는 이유를 부상 우려로 들지만 사실상 '컵대회'인 이번 대회에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업팀들이 최정예 멤버로 대학팀을 상대했던 농구대잔치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프로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대회는 프로리그가 진행되는 중에 열리고 있다. 잠시 중단된 프로리그는 최강전이 끝난 뒤 재개된다. 만약 최강전에서 주축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재개되는 리그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구단, 감독으로서 우선순위를 둔다면 당연히 최강전보다는 프로리그다.
중앙대 김유택 감독은 KGC를 꺾은 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상 전력으로 붙는다면 아마가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휴식기에 치르고 있기 때문에 프로가 100% 전력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선수를 빼고 하는 시스템에서는 프로가 불리한 면이 있다.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대학 선수들보다는 낫지만 농구라는 것이 개인 능력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사실상 진정한 맞대결이 펼쳐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마 선수들 입장에서는 프로를 상대하면서 기술적인 면 등에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을 꼽기도 했다.
아우들에게 일격을 당한 KGC의 이상범 감독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이 감독은 "오늘 해보니까 (최강전 개최가) 솔직히 나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됐고 새로운 단점도 발견했다"고 대회를 통한 수확도 꼽았다. 국내 선수들만 뛴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외국인 선수들에 가려졌던 능력을 재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부상선수가 많고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 뒤 "시기만 잘 조절하면 좋을 것 같다"고 대회 개최 시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강전이 끝난 뒤 곧바로 프로리그가 재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프로는 물론 아마에게도 수확이 있다. 지난 17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맞대결에 대한 신선함도, 사령탑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린 '옛 추억'도 있다. 그러나 개최 시기 등 프로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요소들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첫 번째 대회고 첫날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대회를 거듭해나가며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으며 희망과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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