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09년 성남 일화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K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2009년 기울어져가던 성남을 K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무전기 리더십, 골키퍼를 승부차기 키커로 세우는 파격적인 전술 등 신 감독은 젊은 감독 특유의 신선한 모습을 보이며 K리그에 젊은 지도자 열풍을 이끌었다.
2010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 등 신 감독은 매년 값진 결실을 얻어내며 K리그 젊은 감독들을 대표하는 '형님 리더십'의 일등 주자가 됐다. 신 감독 앞에 걸림돌은 없었다. 그는 승승장구했고 올스타전 감독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차지하는 등 팬들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하지만 신 감독의 질주도 2012년에는 멈춰 섰다.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로 막강한 선수 보강에 성공한 성남은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 B그룹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고, B그룹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홈 13경기 연속 무승(4무9패)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지었다.
승승장구하던 신 감독에게 첫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팬들의 질타도 많이 받았고 언론의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또 신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 팀에 프로의식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생겨난 것이 신 감독의 선수 장악력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처음으로 찾아온 시련에 아파하고 있다.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시련을 통해서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마음껏 아파봤으니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겠다며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신 감독은 가장 먼저 성남 팬들에게 사죄의 말을 꺼냈다. 신 감독은 "마지막 홈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패배를 했다. 홈에서 13경기 연속 무승이다. 홈팬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신 감독은 지금의 시련이 성남과 자신의 발전에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신 감독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내년에는 비상할 수 있게 잘 준비를 할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올해 실패한 것을 토대로 내년에는 비상의 날개를 다시 달 것이다. 내년 판도를 벌써 짜고 있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와 내년에 함께할 것"이라며 희망을 제시했다.
신 감독 개인적으로도 혹독하고도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신 감독은 "올해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시즌이었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던 한 해였다. 내가 성장하는데 보약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련이 찾아왔다. 시련이 조금 늦게 찾아왔다면 반성보다는 자만을 했을 것이다.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다 시련이 와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것을 거울삼아서 앞으로는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자신이 있다"며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고 설명했다.
시련 없는 발전은 없다. 세계 그 어떤 위인이라도 시련 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없다. 신 감독에게도 그 과정이 찾아온 것뿐이다. 오히려 더 큰 시련이 미래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마음껏 아파해도 된다. 아픔의 농도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명장이 되느냐 못되느냐는 이런 시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복하는지가 결정해준다. 거침없이 달려오던 신 감독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생긴 것이다. 신 감독은 새 마음가짐으로 다시 첫 발을 내딛을 때가 왔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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