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어둡고 좁은 터널을 지나 이제 조금씩 밝은 빛이 보인다. 친구와의 어긋난 우정, 부모의 지나친 기대,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편견 등으로 다소 불편하고 앞길이 캄캄했던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 이야기다.
2013년 대한민국의 리얼한 학교 보고서를 표방하며 시작했던 '학교 2013'이 점차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아들(김민기)의 성공을 위해 집착하고 매섭게 치맛바람을 날려대던 엄마(김나운)는 아들의 진심 앞에 눈물을 흘렸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진짜 선생님 정인재(장나라)을 위해 과감히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는 사람(최다니엘)도 생겼다. 학생들의 변화는 일찍부터 감지됐다. 어긋난 우정에 흔들렸던 학생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속에 꽃을 피웠고 제자리를 찾았다.
'학교2013'은 동시간대 MBC '마의'에 밀려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은 단연 1위다. 사극에 쏠리는 중장년층이 '마의'의 주요시청자라면, '학교 2013'은 현재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 그리고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본방사수하며 챙겨보는 드라마가 됐다.
초반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기간제 교사 정인재(장나라)의 모습은 다소 현실과 괴리감을 전했다. 되레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학원강사 출신 교사 강세찬(최다니엘)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에 발을 디디면서도 이상을 꿈꿨다. 한번쯤은 만나보고픈, 우리 교계에서 꼭 필요로 하는 진짜 선생님을 그리면서 매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덕분에 방송이 회를 거듭할 수록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를 통해 힐링을 느꼈다'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에 옛생각이 났다'는 의견이 올라온다. ''연장' 혹은 '시즌제'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청원도 쏟아지고 있다.
아쉽게도 드라마는 16회 분량을 꽉 채워 유종의 미를 거둘 전망이다. 무리한 연장 없이 계획대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도다.
드라마 한 편이 세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드라마 한 편이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방송 전에는 성공 자체를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학교 2013'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함께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청소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모습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함께 고민해야할 화두를 던졌다. 이 모든 게 잘 만든 대중 콘텐츠 한 편이 만들어낸 힘이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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