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3 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각 팀들의 동계훈련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연습경기를 통한 실전 감각 찾기 중심으로 조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연습경기는 주로 K리그(2부리그)나 내셔널리그 등 하위리그 팀과 하는 편이다. 같은 K리그 클래식 팀과의 경기는 부담스러워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21일 경상남도 남해 공설운동장에서는 성남 일화-대전 시티즌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남해에 마무리 캠프를 차린 양 팀은 전력 노출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40분씩 3세트로 나눠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으며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었던 성남 안익수, 대전 김인완 감독의 결단이 성사시킨 일전이었다.
성남은 4-4-2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전술로 대전을 상대했다. 골키퍼 전상욱을 시작으로 강진욱-이요한-황재원-박진포가 수비로 나섰고 김태환-김철호-김성준-이현호가 미드필드, 김동섭-세르베르 제파로프가 공격수로 배치됐다. 대전은 3-4-3으로 대응했다. 골키퍼 홍상준에 이정열-이강진-박태수가 플랫3로 서고, 윤원일-정성민-김태연-김한섭이 미드필드, 김병석-정성훈-황진산이 공격에 나섰다.
양 팀은 1군 간의 경기라고 해도 주전이 맞붙는 것은 아니라며 몸을 사렸다. 하지만, 성남은 지난해 주축 선수들에 새로 영입된 이들이 적절히 섞여 출전했고 대전도 이날 몸이 안 좋아 빠진 풀백 박진옥 등 두 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전이라는 것이 김인완 감독의 설명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팀은 강하게 맞섰다. 스타일이 비슷해서인지 공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쉽게 공격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남이 주도권을 잡고 대전이 막아내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성남 합류 사흘 만에 연습경기에 나선 제파로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방향 전환은 물론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는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정도였다.
결국, 1세트 13분 제파로프가 시도한 오른쪽 코너킥이 그대로 왼쪽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 성남이 선취골을 뽑았다. 바람이 불지 않았던 상황이라 다들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FC서울과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에서 보여줬던 제파로프의 날카로운 패싱력과 킥은 그대로였다.
골 외에도 제파로프는 미드필드나 페널티지역 오른쪽 지역에서 프리킥 찬스가 오면 왼발로 킥을 도맡으며 성남의 공격 제조기로 금방 자리매김했다. 관중들도 제파로프의 센스있는 패스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전은 제파로프의 킥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을 시도했지만 중간에 흐름이 끊기면서 최전방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원톱 정성훈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공격 기회는 더 줄었다. 측면으로 전환시켜 김인완 감독의 기대를 모은 김병석이 다소 부진했던 것도 아쉬웠다.
1-0 상황에서 시작된 2세트에서는 약간의 선수 변화가 있었다. 성남은 이승렬과 조르단을 투입했고 대전은 주앙 파울로를 내세워 4-4-2로 전환하며 변화를 꾀했다. 3분 만에 주앙 파울로가 과감한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실축하며 동점 기회를 날렸다. 이후 대전은 수비 공간이 커지는 단점이 드러났고 성남은 이를 이용해 적극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1월 중 합류해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이승렬, 조르단 앞에서 볼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경남FC에서 이적해온 조르단은 볼을 끌다가 수비수에 겹겹이 쌓이는 장면을 연출해 안익수 감독의 속을 태웠다. 또, 이승렬, 황의조 등의 결정력이 좋았다면 점수는 더 벌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전이 신인급 자원들로 대거 바뀐 3세트 28분에 오봉진이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잡아 동점골로 연결해 양 팀의 연습경기는 1-1로 끝났다.
두 팀의 전력 분석차 경기를 관전한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 감독은 말을 아끼면서도 "제파로프가 팀의 공수 템포를 조율한 것 같다"라고 간단하게 평가했다. 김도근 코치도 "자연스럽게 제파로프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더라. 정말 수준 높은 선수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