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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신치용 감독 '선입견'을 깨다


[류한준기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지난해 8월말 입단 테스를 받기 위해 팀에 합류한 레오(쿠바)를 지켜보고 걱정이 앞섰다. 레오는 당시 삼성화재가 러시아리그로 떠난 가빈 슈미트(캐나다)를 대신하기 위해 찾은 외국인선수 중 6번째 후보였다. 앞서 테스트한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신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살펴 보자'는 마음에서 부른 게 레오였다.

신 감독은 "키는 큰데 너무 말랐다"고 레오에 대한 첫 인상을 기억했다. 그 때 신 감독은 '이래 가지고 되겠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를 많이 걸지도 않았지만 적잖이 실망을 했다. 나이는 어린데다 세 시즌 동안 팀의 든든한 주포 노릇을 한 가빈과 견줘 아무래도 파워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 감독은 그래도 레오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신 감독은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전지훈련 계획도 잡혀있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고 레오 영입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레오는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게 됐다.

훈련을 함께 하면서도 신 감독은 레오에 대한 믿음을 갖기 힘들었다. 적어도 그 때는 그랬다. 이유는 있다. 외국인선수 농사에 성공을 거두는 대표적인 팀으로 삼성화재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V리그 남자부에서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5-06시즌부터 2006-07시즌까지는 삼성화재도 외국인선수 복이 없었다.

팀의 첫 외국인선수로 데려온 아쉐(브라질)는 기대 이하 실력뿐 아니라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부랴부랴 대체 선수를 찾은 신 감독은 현재까지도 미국 남자배구대표팀 주전 레프트로 뛰고 있는 윌리엄 프리디를 데려왔다. 하지만 프리디도 삼성화재 유니폼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가 됐다.

2006-07시즌 신 감독은 당시 국제배구계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어린 선수를 영입했다. 레안드로 다 실바(브라질)가 그 주인공이었다. 레안드로는 그 해 괴물같은 활약을 보였다. 현대캐피탈과 시즌 개막전에서 당시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기록인 48점을 올리는 등 맹활약했다. 김세진(현 KBS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 은퇴 이후 그 자리를 맡을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레인드로는 시즌 초반 기세를 마지막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정규시즌 라운드 후반이 되면서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했지만 '마지막 승부'였던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리 3패를 당해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숀 루니(미국), 송인석(은퇴) 후인정 등을 앞세워 화력대결에서 삼성화재를 눌렀다. 삼성화재도 신진식(현 홍익대 감독), 장병철(은퇴) 등 걸출한 공격수가 버티고 있었지만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하는 레안드로가 제 역할을 못했던 부분이 결정적이었다.

신 감독은 이 때를 계기로 외국인선수 선발 기준에서 중남미 출신을 2순위로 두기로 결정했다. 신 감독은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선수들은 기복이 있는 편"이라며 "선수가 흥이 날 때는 펄펄 날아다니다가 반대의 경우에는 통제가 안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그래서 엇비슷한 기량이라면 팀에 더 잘 녹아들 수 있고 성격도 조용한 편인 선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화재의 강도 높은 훈련도 레오에겐 장애물이 됐다. 신 감독은 레오가 팀에 온 초기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냈다. 레오가 팀 훈련을 하는둥 마는둥 하자 신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코트로 나갔다.

신 감독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당장 팀을 나가도 좋다"고 얘기했다. 레오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통역을 맡고 있는 김준엽 씨가 난처해졌다. 감독과 선수가 코트에서 마주보고 서로 얼굴을 붉혔다. 30분이 넘게 설전이 이어졌고 레오는 신 감독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신 감독은 레오에게 '팀 시스템에 맞추고 여기에 적응을 하라'고 지시했다. 석진욱, 여오현 그리고 주장 고희진 등 고참선수들은 의기소침해진 레오를 잘 다독였다. 신 감독은 "레오의 팀 적응에 고참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고희진도 "(여)오현이 형이 레오를 정말 많이 챙겨줬다"며 "훈련이 끝나면 항상 레오를 불러서 같이 장난도 치고 그랬다"고 웃었다.

팀도 레오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을 함께 국내 초청했고 쿠바에 있던 어머니까지 데려왔다. 레오는 이에 보답하듯 코트에서 맹활약을 보였다. 약점으로 꼽혔던 체력문제도 아직까지는 걱정이 없다. 신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어느 리그에서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감독과 팀 동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 자신의 몫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3일 KEPCO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난 시즌에 이어 연속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다시 손에 넣었다. 신 감독과 레오 그리고 삼성화재 선수들의 눈은 팀의 7번째 챔프전 우승에 맞춰져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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