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벼랑 끝' 한국, 호주도 '대파'해야 하는 이유?

[정명의기자]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꺾어야 한다. 그러나 호주전 역시 큰 점수 차로 이겨 놓는 것이 필요하다.

1라운드 첫 경기 종료 후부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된 한국 WBC 대표팀. 한국을 5-0으로 완파한 네덜란드가 대만에게는 3-8로 무너지면서 한국은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남은 호주, 대만전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최약체'라고 평가받는 호주를 꺾는다는 가정 아래 한국이 호주, 대만을 연파한다 하더라도 한국-네덜란드-대만 3팀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이 경우 대회 규정에 따라 TQB(Team Quality Balance)를 따져 순위를 정하게 된다.

세 팀이 동률일 경우, 해당 팀간의 경기에서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이 높은 팀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에 따라 한국은 네덜란드, 대만과 함께 2승1패로 동률을 이룰 경우 대만전에서 6점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2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호주전 성적은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호주를 상대로는 몇 점 차건 승리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한 가지 전제가 있었다. 바로 호주가 네덜란드에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호주가 네 팀 가운데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호주는 홈 팀 대만에게 1-4로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야구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약팀도 충분히 강팀을 잡아낼 수 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점점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커지게 마련이지만, 단기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주가 네덜란드에 승리하는 시나리오도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호주가 네덜란드를 꺾는 것이 한국에는 유리하다. 네덜란드는 호주에 패하면 1승2패가 된다. 이 경우 한국이 호주, 대만을 연파하면 무조건 2라운드에 진출한다. 대만과 함께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승자승에서 앞서는 한국이 조 1위가 된다.

호주가 네덜란드를 잡아준다면 한국이 대만에게 패하더라도 2라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호주도 크게 이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4일 호주를 꺾고, 호주는 5일 네덜란드에 이긴다. 이럴 경우 한국이 5일 대만전에서 패하더라도 한국-호주-네덜란드가 1승2패로 동률을 이룬다.

다시 한 번 TQB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는 것. 한국으로서는 호주를 크게 이겨야 네덜란드에게 0-5 영봉패를 당한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다. 2패를 당하고 2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일본도 2006년 WBC 2라운드에서 1승2패의 성적으로 4강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적이 있다.

또 한 가지 한국이 호주를 크게 꺾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대만전을 위해서다. 한국 대표팀은 일단 2경기를 모두 이겨 놓아야 하는 상황. 호주전에서 대승을 거둬 타격감,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 놓아야 안방에서 싸우는 대만을 상대로도 기싸움에서 뒤지지 않으며 6점 차 이상의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