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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부릴 틈 없다"…숙제를 떠안은 류현진


[김형태기자]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의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 류현진(26)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매팅리는 전날인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 담당 기자들과 만나 "류현진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MLB.com의 켄 거닉 기자는 이를 두고 "넘쳐나는 다저스의 선발 투수들을 감안할 때 류현진을 불펜으로 돌릴 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ESPN의 마크 색슨 기자는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는 선발이 확정됐다. 매팅리는 나머지 투수들 가운데 조시 베켓, 애런 하랑, 테드 릴리를 구원투수에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류현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구원투수로 활약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던 류현진의 입지가 갑자기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일 LA 에인절스전 투구가 그만큼 기대에 못미쳤다는 얘기다. 이날 류현진은 2이닝 동안 투런홈런 포함 4안타 2실점에 그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치르고 있다. 한국에서 그랬듯이 단계적으로 몸을 만들고 투구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무기인 직구와 체인지업 제구에 중점을 두면서 슬라이더와 커브는 가끔 시험 삼아 던지고 있다.

문제는 에인절스전에서 드러났듯 직구와 체인지업 공 2개 만으로는 선발투수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류현진을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직구 제구가 뛰어나고 체인지업이 아주 좋지만 커브와 슬라이더는 평범한 편"이라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4가지 구질을 구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2피치 피처'라는 얘기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주무기 2개로 버티기는 어렵다. 적어도 3개의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 적지 않은 스카우트들이 류현진을 "선발보다 불펜에 적합하다"고 보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제구력이 좋은 데다 타자를 현혹하는 체인지업이 수준급이고, 짧은 이닝을 소화할 경우 직구 전력투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나설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타자를 압도할 직구가 없는 상태에서 체인지업 하나만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시범경기에 앞서 류현진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에게 커브를 배웠지만 그립 몇 번 잡은 것으로 자기 것으로 마스터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쿠팩스는 손가락이 기형적으로 길어 변화구를 유독 잘 구사할 수 있었다. 보통 투수들이 쿠팩스의 지도방법을 자기 것으로 체득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였다.

갑작스럽게 불펜 얘기가 나왔지만 류현진은 사실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은 적이 없다. 다저스가 류현진 영입을 위해 6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점에서 당연히 개막전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될 것으로 주위에서 여겼을 뿐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매팅리의 이번 발언은 다소 냉정하게 들리지만 감독으로선 당연한 발언이다.

다만 매팅리의 메시지엔 뼈가 있었다. "너는 베테랑이 아니다. 설렁설렁할 생각 하지 말라. 매 등판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 위한 테스트 관문으로 여겨라. 에인절스전 같은 투구가 반복되면 선발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다.

'빅리그 루키' 류현진은 숙제를 떠안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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