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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함 감추지 못한 강동희, 코트에서도 침묵


[이성필기자] "지금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 2012~2013 KB국민은행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원주 동부의 경기가 열렸다.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의정부 지검으로부터 승부조작 브로커에게 3천여만원의 금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 동부 구단 관계자는 강 감독의 일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강 감독은 검찰로부터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받고 7일 소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취재진의 관심이 강 감독에게 집중됐다. 강 감독은 5일 오후 열린 팀 훈련에도 불참했다.

프로농구연맹(KBL)에는 하루 종일 강 감독과 관련한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농구팬들의 전화도 있었다. 정규리그 마감과 동시에 포스트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KBL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당장 7일 울산 모비스-서울 SK전에서 SK가 이기면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다. SK의 잔칫상 준비를 도와야 하는 KBL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경기장에 도착한 동부 선수들도 침묵을 지켰다. 동부 구단 버스 앞에는 10여대의 방송 카메라가 진을 치고 있었다. 하차하던 선수들은 대규모의 취재진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조용히 코트로 들어갔다. 강 감독은 버스에 동승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중계 방송사의 사전 인터뷰도 없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는 것도 이날 만큼은 취소됐다. 프로농구연맹과 동부 구단의 조율로 경기 시작 20분 전 강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만 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려는 방송사들과 작은 마찰이 있었고 합의를 통해 녹화 영상만 찍는 것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도 없는 일이 됐다.

기자회견을 위해 인터뷰룸에 들어선 강동희 감독의 얼굴은 수척했다. 검은색 정장에 녹색 넥타이를 맨 강 감독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경직된 상태로 취재진을 바라봤다. 동부 관계자는 "감독님이 많이 힘들어한다. 마음 고생이 심해 한숨도 못잤다"라며 질문 없이 짧게 입장만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견 시작 후 10초 정도 말을 잇지 못한 강 감독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후 어렵게 "공인으로서 상당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많은 팬들과 농구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언론에서 나온 (자신의 혐의)부분은 검찰에서 소명하고 명백히 밝히겠다"라고 전했다.

짧은 입장 표명 뒤 선수대기실로 들어간 강 감독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다시 나왔다. 안면이 있는 취재진에게는 살짝 목례를 했지만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코트 출입문 밖에서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조용히 코트로 들어간 강 감독은 선수 소개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관중들의 박수가 나오는 등 코트 안팎 분위기는 차갑지 않았다. 경호업체는 동부 벤치 뒤에 경비 요원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강 감독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물끄러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때로는 팔짱을 끼고 코트를 응시했다. 작전 시간에는 정상적으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답답함을 감추지는 못했고 석고상처럼 선수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았다. 동부의 68-88 패배로 경기가 종료된 뒤 강 감독은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조이뉴스24 고양=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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