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출전정지 등 징계는 없을 것."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무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전에서 나온 벤치 클리어링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체이스필드에서 2013 WBC 1라운드 D조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이날 캐나다가 멕시코에 9-3으로 앞선 9회초 캐나다 공격에서 빈볼 시비 끝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서로 엉켜 주먹다짐을 했다.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벤치클리어링이었다. 캐나다가 원인을 먼저 제공했다. 선두타자 크리스 로빈슨(볼티모어 오리올스)이 큰 점수차로 앞선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대고 출루하자 멕시코 선수들이 분을 참지 못했다. '승패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 그리고 큰 점수 차에서 기습번트나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야구의 불문율을 캐나다가 깨고 상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3루수 루이스 크루즈(LA 다저스)는 투수 아놀드 레온에게 빈볼을 던지라는 사인을 냈다. 레온은 후속타자 래네 토소니(밀워키 브루어스)에게 몸쪽으로 거푸 두 개의 공을 던졌다. 낌새를 챈 브라이언 고먼은 투수와 양팀 벤치에 경고와 주의를 줬다.
하지만 레온은 기어코 토소니를 맞췄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소동이 가라앉자 레온과 토소니 등 주먹다짐을 한 양팀 선수 7명은 퇴장당했다. 캐나다가 이날 10-3으로 멕시코를 꺾었다. 그런데 벤치클리어링 과정 중 캐나다 투수코치 데니스 보우처는 멕시코를 응원하던 팬이 던진 물병에 맞았고 멕시코 투수 알프레도 아세베스(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흥분한 팬들에게 주먹세례를 당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캐나다 위트 감독은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이번 대회는 점수득실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점수를 더 내야했다"고 했다. 멕시코 릭 렌타리아 감독도 "선수들이 흥분했던 게 사실"이라며 "선수들이 순간 대회 규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얘기했다. 2라운드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 캐나다는 멕시코에게 한 점이라도 더 내야 할 상황이었고 두 팀 감독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은 11일 "WBC 사무국이 정한 규정이 이런 일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ESPN은 "다음 대회부터는 이런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WBC 사무국은 "퇴장 당한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하더라도 출전정지 등 다른 징계는 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둘 중 한 팀이라도 2라운드에 진출했다면 이날 경기 퇴장이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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