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서장훈은 어릴적 또래 친구들과 견줘 키가 컸다. 그는 농구공 대신 야구 배트를 먼저 손에 쥐었다. 학동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그런데 키는 갈수록 더 자랐고, 서장훈은 야구공 대신 농구공을 선택했다. 휘문중을 거쳐 휘문고에 진학했을 때 이미 국내 최장신 센터였고 한국 농구의 미래로 꼽혔다. 연세대에 진학한 서장훈은 농구대잔치 역사상 대학팀으로 처음 소속팀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주력 멤버로 활약했다.
프로에 와서도 그는 늘 남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처럼 많은 팬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받은 선수는 종목을 떠나 별로 없었다. 팬들에게 애증을 안긴 빅스타였다.
19일 부산에서 열린 KCC전을 끝으로 정든 유니폼을 벗는 서장훈은 자신의 농구철학에 대해 "처음 농구선수로 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한 가지는 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코트에서 치열하게 승부를 가리는 일이다.
서장훈은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그랬다"고 자신의 선수 인생을 돌아봤다. 과도한 항의, 이에 따른 제스츄어 때문에 안티팬들이 많았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렇지만 코트는 버라이어티쇼가 열리는 무대가 아니다"라며 "치열하게 승부를 가려야 하는 게 체육관을 찾아온 팬들에 대한 예의고 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진정성과 최선을 다했다는 그 마음을 나를 싫어하는 팬들도 이해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물론 모든 이들을 내가 만족시키진 못한다"고 얘기했다.
유니폼을 벗는 서장훈은 "솔직히 후배선수들에게 내가 모범이 되는 선배는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후배들이 스스로 많이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장훈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오늘은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말한다는 건 선수가 가질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그저 하던 대로 코트에서 뛰고 싶다. 그뿐이다"라며 "선수신분이 아닌 내일부터는 일단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싶을 뿐"이라고 웃었다.
한편 서장훈은 이날 KCC전에서 선발 센터로 출전했다. 짧은 선수소개였지만 사직체육관을 찾은 팬들은 함성과 박수로 떠나는 레전드를 격려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안준호 한국농구연맹(KBL) 경기이사, 서울 삼성 썬더스 정성술 사무국장, KCC 허재 감독 등은 서장훈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경기가 시작되자 KT 선수들은 서장훈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1쿼터 초반 서장훈이 연속 득점을 올렸다.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냈다. 장내 아나운서는 "1만3천200점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관중석에서 다시 한 번 '서장훈'을 부르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서장훈은 이날 1쿼터에서만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16점을 올렸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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