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이준익 감독이 사단법인 한국 영화 감독 조합의 대표로 나서며 영화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알렸다.
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사단법인 한국 영화 감독 조합(이하 영화 감독 조합)이 첫 공식 창립총회를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김동호 감독·김기덕·류승완·한지승·변영주 등 100명 이상의 국내 영화 감독이 자리를 빛냈다. 배우 안성기·정진영과 감독 겸 배우 구혜선·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준익 감독은 사단법인 창립을 공식 발표한 뒤 재치 넘치는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단체 활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졌고, 떠밀린 절벽에서 총대를 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년 임기고, 단임제다. 중임제가 아닌 만큼 나중엔 누군가 맡아야 할 자리"라고 설명한 뒤 "영화를 30년 가까이 했지만 혼자 먹고 살기 바빠 두서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단체장을 맡게 됐는데 학습이 부족했구나 싶어 반성했다"며 "지난 연말부터 3개월 반 동안 영화계 다양한 입장의 지형도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단체장도 만났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지형도가 현장 사람들과 왜 공유되지 않는지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초대 대표로서 할 일 아닌가 싶다"며 "제작자협회 총회, 작가 조합 모임에도 참가했었는데, 내가 주장한 것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 영화계는 현재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며 "생산자 집단과 자본 집단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6년 간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불황을 거쳤고 기업 우선 정책의 과정에서 생산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약간의 조절이 필요했다"고 운을 뗀 이준익 감독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감독조합 출범과 더불어 제작자협회 등에서 여러 단체의 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 영진위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연구원을 선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기 시작했다"며 "2차 사업인 영화 감독 표준계약서, 그와 관련된 영화 생산 인력에 대한 현장 복지, 기타 임금에 대한 문제, 차후 자본과 적절 분배의 문제에 대해 저도 3개월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어 "제가 배운 것들을 이 총회를 통해 같이 인지하고, 이런 방향과 방법으로 강력한 영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 생산자 권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영화 감독 조합의 정관과 조직 보고 및 승인도 이뤄졌다. 지난 몇 년간 영화 감독 조합이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다듬어온 '감독 표준 계약서' 초안 역시 발표됐다.
영화 감독 조합은 지난 2005년 서울 대학로에서 시나리오 작가 조합·미술 감독·촬영 감독 조합과 총합 출범했다. 올해 서울시에서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았다. 지난 2012년 이준익 감독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영화 감독 조합은 현재 한국 영화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는 현역 감독 300여 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정지영·김유진 등의 노장 감독부터 박찬욱·김지운·봉준호·류승완·최동훈·변영주·김대승·민규동·김용화 등의 중견감독, 그리고 '늑대소년'의 조성희, '무산일기'의 박정범 등 다수의 신인감독들도 조합에 속해 있다.
권칠인·박찬욱·류승완 감독이 1기 공동 대표를, 김대승·봉준호·최동훈 감독이 2기 공동 대표를 지냈다. 권칠인 감독이 3기 대표를 역임했으며 이준익 감독은 사단법인 출범 후 첫 대표로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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