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예상을 깨고 시즌 초부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에서 3승1무, 승점 10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FC서울, 수원 삼성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겨뤄 얻은 결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는 1승2무(5점)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 베이징궈안(중국)과 승패는 같지만 골득실을 따져 2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구단 사정에 의해 외국인 선수 없는 시즌을 선언한 포항이기에 성적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컸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 의존이 절대적이다. 당장 FC서울만 봐도 수비에서 아디가 멀티플레이어 활약을 해주는데다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 등 특급 공격수들이 연계플레이로 골을 얻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연 포항이 시즌 초 국내파들로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황선홍 감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그렇지만 주저앉지 않고 대책 세우기에 골몰했고 선수단 전원에게 균등 기회를 주겠다는 달콤한 채찍을 들었다. 언제나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프로 선수라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 선수들 간 유대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선,후배 사이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전술적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포항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패싱게임은 오랜 연습과 국내 선수들 간 호흡의 산물인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면 쉽지 않았다는 것이 선수들의 판단이다.
병역 문제로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황진성의 부재시에 대비한 전술도 일찌감치 완성했다. 황지수 또는 김태수를 홀딩 미드필더로 놓고 이명주와 신진호를 전진 배치해놓은 것이다. 국내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는 황진성이 출전해 전진 배치되고 이명주가 황지수 옆으로 선다. 신진호는 측면 날개로 나서는 멀티플레이어 기질을 과시한다.
황진성의 늦은 훈련 합류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미 지난 몇 시즌을 호흡해온 그였다. 터키 동계훈련에 빠졌어도 국내에서 치른 2주 훈련에서 그는 완벽하게 팀 전술에 녹아들었다. 익숙함이 황진성의 재능을 더 뽐내게 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 멤버인 문창진, 이광훈 등에게 황 감독이 실시한 정신교육도 한 몫 했다. 이들은 올 6월 터키 U-20 월드컵 출전 꿈에 부풀어 있다. 당초 이들은 터키 전지훈련에도 동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황 감독은 U-20 대표팀에 정중하게 요청해 이들을 팀에 잔류시켰다. 월드컵 전까지 포항에 집중하라는 강한 메시지였다.
이들이 정신을 차리니 다른 젊은 선수들도 함께 깨어났다. 몸이 올라오지 않던 배천석은 2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선참급 원톱 박성호도 배천석의 분전에 자극 받는 등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단이 제대로 뭉쳐있다. 내부 결속을 다지니 전술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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