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29)은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포항의 18세 이하(U-18) 팀인 포철공고를 나와 2003년 포항에 입단해 11년째 활약 중이다.
지난해 황진성은 41경기에서 12골 8도움을 해내며 비상했다. K리그 베스트11에도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전성기 실력을 뽐냈다. FA컵 우승으로 목표 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포항은 황진성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뭉치면서 정규리그 3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황진성은 포항의 구심점이다. 황진성의 조율로 공격도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그는 5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으로 여전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10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에서도 황진성의 진가는 빛났다. 0-1로 뒤지던 후반 21분 조찬호의 슈팅이 히로시마 골키퍼에 맞고 흘러 나오자 뛰어들어 왼발로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을 터뜨려 팀에 승점 1점을 안겨다줬다. 황진성 덕분에 포항은 조 2위(승점 6점)를 유지하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이어갔다.
황진성은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반쪽 선수'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 원정 경기를 함께할 수 없다는 얘기다. 터키 안탈리아 동계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의 마음도 시리게 했다. 구단과 연봉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황 감독은 팀 전술의 중심인 황진성 없이 진행되는 동계훈련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감독의 이런 마음을 헤아린 황진성은 겨우내 포항과 서울에서 나홀로 훈련으로 몸을 만들며 시즌을 준비했다.
물론 황 감독은 플랜B를 준비했다. 황진성이 없을 경우 황지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넣고 신진호를 전진 배치해 이명주와 콤비플레이를 이루게 하는 것으로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그래도 황진성의 너른 시야와 패싱력은 포항에 없어서는 안되는 옵션이었다. 공간을 파고들어 영양가 만점의 골을 넣거나 세트피스의 키커로 예리함을 보여주는 것은 황진성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자신의 처지를 잘 아는 황진성은 어렵게 구단과 계약을 했고, 여전한 책임의식으로 무장한 채 시즌을 맞았다. 포항은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사나흘 간격으로 무려 13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해외 원정에 나서지 못하는 황진성은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는 그 누구보다 전력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시련과 절제로 보낸 지난 겨울은 황진성에게 성숙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줬다. 그는 "동계훈련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팀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히로시마와 홈경기서 기대했던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빨리 잊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범함을 보였다. 황진성은 "경기 결과가 안타깝지만 지난해 J리그 우승팀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체력 문제는 없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선제골을 내줘도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어느 팀과 경기를 해도 질 것 같지 않다"라고 황진성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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