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불안해진 뒷문을 보강하기 위해 정대현 대신 김성배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이 김성배에게 마무리의 짐을 지운 데는 나름 고충이 있었다. 롯데는 2011시즌과 지난해 김사율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김사율은 두 시즌 동안 모두 54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제몫을 해냈다.
김시진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은 후 마무리투수로 김사율과 정대현을 두고 고민하다 정대현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SK에서의 활약과 국가대표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믿은 것이다.
그런데 정대현이 시즌 초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구위가 떨어져 블론 세이브도 잇따르며 자신감을 잃었다.
원래대로 한다면 다시 김사율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카드가 자연스럽게 나와야 했다. 하지만 김사율 역시 시즌 초반 행보가 불안하다. 투구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결국 롯데 불펜자원들 중에서 현재 가장 구위가 좋다고 판단되는 김성배를 새로운 마무리로 낙점했다. 김성배는 23일까지 10경기에 나와 10.2이닝 동안 4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선발과 중간계투를 모두 포함해 롯데 투수들 중 김성배가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김성배는 보직 변경에 대해 "큰 부담은 없다"며 "평소처럼 던지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3일 김성배에게 마무리 전환 통보를 한 정민태 투수코치도 그에게 "하던 대로 하라"며 "부담은 갖지 말고 편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김성배는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지만 그 자리가 아주 낯설지는 않다. 지난 시즌 2세이브를 거둔 적이 있고 두산 베어스 시절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6세이브를 기록했다.
편하게 던진다고는 마음을 먹었지만 부담이 없을 순 없다. 김성배마저 마무리 자리에서 흔들린다면 롯데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배는 팀이 7연패를 마감했던 지난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회 구원등판한 이후 9회까지 경기를 책임지려고 했다. 그런데 9회말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된 다음 좌완 강영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다음 타자들이 이승엽 최형우 등 삼성 좌타 중심타선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강영식이 이승엽과 최형우를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의 리드를 지켜냈고, 롯데는 4-3 승리를 거두며 기나긴 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성배는 "박빙 상황에서 (배)영섭이에게 안타를 맞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줄여야 한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마무리로 나선다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배는 "(김)사율이가 그런 면에서 대단해 보였다. 매번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냈는지 모르겠다"라고 얘기했다.
두 선수는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이 우천 취소됐을 때 구장에 나와 함께 러닝 훈련을 했다. 김성배와 김사율은 그라운드를 뛰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다.
김성배는 "사율이는 '(마무리로) 자주 나오게 되면 괜찮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며 "사율이는 '만약 마무리로 간다면 여러 생각 말고 편하게 던지고 타자와 승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김성배는 "사율이에게 정말 고맙다"며 "(정)대현이 형이 컨디션을 회복해 다시 마무리로 복귀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