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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호 2년, '해독제' 만드는 LG 선수들


최근 31G 22승9패, '11년만의 4강' 기대감 증폭

[정명의기자] "독이 든 성배는 이미 받아 마셨다. 이제 선수들이 해독제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지난 2011년 말, 김기태 감독이 새롭게 LG 트윈스의 사령탑에 오르며 한 말이다. 이 말에는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는 LG 감독직을 맡았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LG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

프로야구 감독은 시쳇말로 파리 목숨이다.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 지 알 수 없다. 특히 LG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마지막으로 4강에 들었던 2002년 이후 김기태 감독이 취임하기 전까지 9년 간 총 5명(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대행, 김재박, 박종훈)의 감독이 사령탑에 앉았다. 독이 든 성배는 그래서 나온 표현이다.

김기태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LG는 8개 구단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김 감독은 신년사를 통해 "60패를 목표로 하자"는 역발상 제안을 했지만 LG는 그보다 12번을 더 패한 57승4무72패라는 성적에 머물렀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쓴 결과를 맛봤다.

사실 지난해 김 감독은 최악의 상황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 등 주축 FA 3인방은 팀을 떠났고, 젊은 선발 투수 2명이 경기조작이라는 광풍에 연루돼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핑계에 불과했다. 성배에 녹아 있던 독은 김 감독의 몸 속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반까지도 LG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5월 초 신생팀 NC를 상대로 3연전을 모두 내준 것이 결정타였다. 팀 순위는 어느새 7위까지 내려앉았다. LG 팬들을 포함해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이들은 LG의 11년 연속 가을잔치 탈락을 점쳤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예년과 달랐다. 한 번 처지기 시작하면 다시는 치고 올라오지 못하던 팀이 아니었다. 5월말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던 기세가 6월 한 달 내내 계속됐다. 그러더니 김 감독이 올 시즌 승부처로 지목했던 휴식기 사이의 기간 동안 열린 31경기에서 22승9패(승률 0.710)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LG는 24일 현재 36승27패로 선두 삼성에 2경기 차 뒤진 3위에 올라 있다.

해독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해독제를 만들고 있는 주체는 선수들이다. 최근 LG는 선수들 스스로가 신나서 플레이한다. 벤치의 작전에 의존하기보다 주도적으로 상황에 맞는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코치들의 공"이라는 말로 팀의 상승세를 설명할 뿐이다.

'캡틴' 이병규가 보여주고 있는 일명 '으쌰으쌰 세리머니'가 최근 LG의 팀 분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고참들이 움직이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서는 것은 세리머니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경기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다. 때론 젊은 선수들이 앞장서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한다.

이병규를 비롯해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고참 선수들과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오지환 등 젊은 선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루고 있다. 몇몇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던 것은 이제 지난 일이 됐다. 최근 LG는 매 경기 수훈 선수가 바뀐다. 누구나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올 시즌 LG의 가장 큰 무기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3.59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3.75를 기록 중인 '투수 왕국' 삼성을 앞서는 중이다. 마운드가 강한 팀이 결국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는 것이 프로야구의 보편적인 사실이다. 올 시즌 구축해 놓은 강력한 마운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예년처럼 LG의 순위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령탑 2년째 시즌을 맞는 김기태 감독에게는 사실상 올 시즌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독이 든 성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LG에서는 해독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김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해독제가 고질병들을 하나씩 고쳐가며 건강한 체질로 변화시키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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