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2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은 두꺼운 리포트로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새 얼굴을 호출했다 빼기가 다반사였다. 물론 예선에서 올림픽 본선으로 가까이 갈수록 확실한 자원만 추리는 치밀함을 보여주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만들어냈다.
당시 올림픽 예선 때 대표로 활약하고도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던 이들은 현재 K리그 각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 당시 이들은 젊은 나이에 소속팀에서 교체 멤버로 활용되는 등 입지가 단단하지 않았고 경기력을 중시했던 홍 감독 입장에서는 최종 엔트리 제외가 당연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홍명보의 '숨은' 아이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신호탄은 26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성남 일화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성남의 공격수 김동섭과 좌우 날개 이승렬, 김태환이 쏘아올렸다.
중앙 공격수 김동섭은 인천전에서 두 골을 터뜨렸다. 짠물수비 인천을 상대로 넣은 골이라 더 값졌다. 공교롭게도 모두 김태환의 패스를 골로 만들어 서로 윈윈하는 효과를 냈다.
김동섭은 홍명보호에서 꾸준히 활용됐던 공격수였다. 예선과 A매치 등 11경기에 나서 3골을 터뜨렸다. 홍 감독과는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부터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동섭은 가나와 8강전에서 골을 넣는 등 홍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J리그에서 실패를 맛보고 국내로 돌아온 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 홍 감독도 그를 런던행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와일드카드를 활용해 박주영(셀타비고)을 뽑았던 것이나, 당시 김동섭의 소속팀 광주FC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승렬과 김태환은 이번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잠재성은 충분하다. 둘 다 홍명보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선수다. 플레이에 기복만 없다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수원 삼성의 홍철도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다. 올 시즌 성남 일화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뒤 왼쪽 풀백으로 자리잡은 홍철은 12경기에서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현 대표팀에서 왼쪽 풀백 자원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홍철의 기량 향상은 '한국형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선언한 홍 감독의 전략에도 부합한다. 홍철은 수비보다 공격력이 더 뛰어나지만 프로 입문 후 수비력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왼발 킥이 날카로운 것도 가능성을 높인다.
이 외에도 FC서울의 측면 날개 윤일록,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형 미드필더 이석현 등도 홍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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