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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한국형 축구', 수비-스피드에서 길을 찾다


스페인과 바르셀로나 공략한 브라질·뮌헨의 전술, 해답 제시

[이성필기자] 현대 축구의 전술은 늘 진화하고 있다. 유행하는 전술이 나오면 어느 정도 대세가 되다가 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전술이 나온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본 것처럼 축구의 전술도 마찬가지다.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축구의 대세가 된 스페인은 아기자기한 패스에 기반을 둔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상대는 정신없이 오가는 볼을 쫓아 움직이다보니 지치면서 공간이 벌어진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침투 패스에 의한 골로 이기는 방식이다.

여기저기서 스페인 축구를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패스 전환이 늘 한 템포 늦는 한국에서도 스페인 따라잡기 열풍이 불었다. 스페인 대표팀은 물론 프라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까지 이런 유형의 축구로 유럽과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스페인식 축구에 대한 믿음은 공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스페인 축구 공략법이 새로 등장했다. 2012~2013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FC바르셀로나를 1, 2차전 합계 7-0으로 완파하면서 해법의 일단을 제시했고, 지난 1일 끝난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이 스페인을 3-0으로 완파하면서 확실히 해법을 알려줬다.

개인기 위주에 조직력을 살짝 덮었던 브라질은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을 털고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스페인보다 한 발 더 움직이는 전략을 택했다.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사비의 봉쇄를 위해 브라질의 공격을 주도한 네이마르, 프레드, 헐크가 전방에서부터 과감한 태클로 상대 볼 전개를 막았다. 스페인 중원의 핵인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브라질의 맞상대 오스카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며 볼 소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니에스타-사비-부스케츠는 바르셀로나에서도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중심인 리오넬 메시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들이 차단되니, 스페인 대표팀이나 바르셀로나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뮌헨이나 브라질이 이들을 차단한 것은 강력한 수비였다. 한 발 더 뛰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차단해 패스의 길을 막았다. 한 선수가 패스를 받아도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철저한 대인마크와 중간 차단으로 맥을 끊었다. 이후에는 정확도 높은 역습이 따랐다. 뮌헨이나 브라질 모두 같은 공식으로 재미를 봤다.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스페인과 바르셀로나 축구에 대항하는 방법은 상당한 기본 체력에 정확도 높은 패스와 수비가 따라야 한다. 브라질이나 뮌헨은 이를 확실히 실천했다. 특히 안정된 수비는 역습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라고 진단했다.

새 판 짜기에 고심중인 홍명보 A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역시 강력한 수비에서 길을 찾았다. 자신이 목표로 내세운 '한국형 축구'도 수비에서 길을 찾았다.

홍 감독은 1일 경기 시흥의 대교 HRD 센터에서 중, 고교 선수 육성 프로그램에 참석해 수비 유망주들을 지도하면서 수비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립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장점 중 하나가 스피드다. 역습에 나설 때 그런 면을 효율적으로 구사하면 큰 장점이 될 것이다"라고 시사하는 바가 큰 얘기를 했다.

수비수 출신인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콤팩트한 수비를 앞세워 멕시코, 스위스, 잉글랜드 등을 차례로 공략했다. 그의 기본 전략이 A대표팀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다.

홍 감독은 대표 사령탑 취임사에서 "한국 선수들은 공을 굉장히 잘 뺏는 동시에 반대로 잘 뺏긴다. 우리는 그 사이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라며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한국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섞는데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곧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 강화에 기반을 두고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를 구사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브라질의 컨페드레이션스컵 우승을 통해 수비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홍 감독이 한국 축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1년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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