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새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를 선보이는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새 영화 뿐 아니라 그의 전작들, 그리고 현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대한 생각 등 풍성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 자리였다.
그는 한국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입장과 하시모토의 망언 등을 비판하고 일본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26일 일본 도쿄도 코가네이시에 위치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뜰리에 '니바리키'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영화 '바람이 분다'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출을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기자 회견을 갖는 일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일본 치요다구 도호 시사실에서는 한국어 자막이 삽입된 '바람이 분다'가 한국 취재진들에게 첫 공개됐다. '바람이 분다'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들에서도 세계대전 속 일본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제시해왔던 미야자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전투기 제로센을 설계한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의 청년 시절을 소재로 그의 꿈과 사랑을 다뤘다. 1920년대 불경기와 가난, 병, 대지진으로 고통받던 일본이 전쟁에 돌입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했다.
호리코시 지로가 만든 전투기 제로센은 대거 태평양전쟁에 사용됐고 이 지점은 그를 전범(戰犯)으로 바라볼 만한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감독은 전쟁의 한가운데를 살았던 주인공 지로의 삶을 그리며 개인의 꿈이 시대와 만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음을 알린다. 비행기를 "전쟁의 도구가 아닌 꿈"이라고 표현하는 대사가 이를 함축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실제 카미카제 특공대에서 제로센은 구식이라 큰 역할을 못했다"며 "그러나 호리타시 지로는 전쟁 후에도 같은 회사에서 일을 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실제 인물의 심경을 추측했다. 이어 "그는 시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가 옳았다거나 그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더 비참하다'고도 이야기했었다"고 알렸다.
이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새 영화에 대한 질문은 물론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발간되는 소책자 '열풍'을 통해 아베 일본 총리의 헌법 96조 개정을 비판했던 것에 대한 질문 역시 받았다. 해당 글에서 감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배상 역시 촉구해 한국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는 "많은 격동이 있는 시기인데 별 것 아닌 문제로 계속 이야기를 해선 안될 것 같다"며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한) '열풍'의 글 때문일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내가 그 글을 쓴 이후로 인터넷에서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다"고 멋쩍게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감독의 답변 중 '별 것 아닌 문제'라는 표현이 의아함을 자아낼 법했다. 자칫 위안부 문제 등 전후 피해 보상 문제를 경시하는 뉘앙스로 들렸다.
그러나 미야자키 감독은 "내 나라의 총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총리는 곧 교체될 것이기 때문에 '별것 아닌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베의 정책과 주장이 곧 힘을 잃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진 풍자적 표현이었다. 재치 섞인 발언에 일부 취재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날 그는 일본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 문제 역시 강하게 지적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1989년 일본의 버블이 붕괴됐고 소련도 붕괴됐다. 이후 일본의 역사 인식도 붕괴됐다"며 "무라야마 담화같은 것이 나오는 상황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알렸다.
무라야마 담화는 지난 1995년 일본 무라야마 총리가 태평양 전쟁 당시 식민 지배를 사과한 사건을 가리킨다. 감독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역사 감각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역사 감각을 잃으면 그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질의 응답이 마무리된 뒤 그는 "더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각오를 하고 왔는데"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미야자키 감독의 입장에선 한국 취재진 앞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울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취재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쓴 '열풍' 속 글과 같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밝혔다.
'바람이 분다'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행기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의 삶과 소설가 겸 시인 호리 타츠오의 동명 소설 '바람 분다'의 로맨스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의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지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후 그와 모든 작품을 함께 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바람이 분다'는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20일 개봉해 흥행 중이다. 오는 9월 초 국내 개봉 예정이다.

이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일문일답
-한국 취재진에게 첫 인사를 해 달라.
"(미야자키 하야오)더운데 멀리서 와 주셔서 감사하다. 기자회견을 마련해 준 대원에게도 감사하다. '바람이 분다'는 20세기 1903년에 태어난 호리코시 지로라는 비행기 설계자, 소설가이가 시인인 호리 타츠오라는 인물 두 명을 섞은 인물이다. 제목은 영국 시인 폴 발레리의 시에서 가져왔다. 일본에선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번역됐다. 소설계에서도 여러가지 번역이 있다. '살려고 했었는데'라는 번역도 있다고 한다. 프로듀서는 '살아야겠다'로 정하고 포스터에도 그렇게 사용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관동 대지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바탕이 된 호리 타츠오의 동명 소설에도 나오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2시간 분량의 영화인데, 오늘 여러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
"(스즈키 토시오)오늘 아침 이 영화를 보셨을텐데 어떻게 보셨는지는 앞으로 나올 질문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한국에서 개봉했으면 좋겠다."
-감독이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궁금하다.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전작 '붉은돼지'와 비교해달라.
"(미야자키 하야오) '붉은 돼지'는 공중전을 그리고 싶어 만든 작품이다. 돼지라면 죄가 없을 것 같아 인물을 돼지로 설정했다. '바람이 분다'에서는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다. 주인공인 지로가 만들었던 1만 대 이상의 비행기가 태평양전쟁에 쓰였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무조건 단죄가 되는 것인지를 문제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이웃집 토토로'를 만들 때는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길 바랐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TV만 보게 되더라. 결국엔 영상으로 아이들을 만난 셈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는 지진 장면이 등장한다. 콘티를 그리고 나서 3.11 지진이 발생했다. 그 때 이 곳 위층 방에 있었다. 점점 재해가 크다고 느꼈을 때 이 작품을 계속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한 스태프는 더 이상 이 작품을 못 만들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패닉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도 옳은 결정이었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관동대지진은 일본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였다. 이전까지 일본은 안정적 사회였지만 이후 모든 것이 타버렸다. 일반적인 화재가 아니었고,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내 아버지는 당시 9살이었고 3만8천명이 당시 죽었다고 하더라. 작품 속에는 호리코시 지로와 호리 타츠오라는 두 인물 뿐 아니라 내 아버지의 삶도 같이 녹아 있다."
-'바람이 분다'는 인간의 삶이 자연과 세계의 격동 속에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영화라고 본다. 극 중 비행기를 '전쟁의 도구가 아닌 꿈'이라고 표현했는데, 감독과 프로듀서에게는 바로 애니메이션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보여주는 비행기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둘에게 애니메이션의 의미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영화에서는 10년을 '창조의 시간'으로 명명한다. 그러나 감독은 10년의 몇 배가 되는 시간을 창작에 써 왔다. 어떤 의미로 10년이라는 시간을 차용했나?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은 아름다운 꿈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터가 된 지 50년이 됐다. 애니메이션은 꿈인데, 지금은 꿈이 아닌 비즈니스 수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애니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창조의 시간을 10년으로 표현한 것은 내 창조적 시간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게 20~30대였는데, 이 세계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은 순간, 이미 그 시간은 끝난 것이라 생각한다."
"(스즈키 토시오)질문을 듣고 계속 생각해봤는데 나는 1983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시작해 약 30년 간 이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후회한 적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다시 생각해봐도 좋은 인생을 산 것 같다. 우연히 이 업계에 들어왔지만 만족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시간이나 역사는 일방통행이라고만 생각하게 된다. 가끔 생각하는 것은, 세상에 비행기가 안 날아다녔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다른 지역은 굉장히 풍요롭고 좋은 곳이겠지 하며 동경만 했을 것이고 그간 그런 작품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작품 속 대지진과 우경화, 경제 분위기가 현재 일본의 분위기와 겹치는 면이 있다. 세계 정세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정세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 질문에 답하며 언급한 '비밀을 알게 된 느낌이 들면 창조의 시간은 끝난 것'이라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 달라.
"(미야자키 하야오)'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든 시기가 일본 버블경제가 절정이었을 때다. 이 사회가 도대체 어찌될까 고민하며 만든 작품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사실 '모노노케 히메'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미 만들었고, '벼랑 위의 포뇨'를 만든 뒤 정말 지진이 왔다. '바람이 분다'를 만들며 3.11 지진을 겪었다. 마치 내가 사회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려운 이야기인데, 애니메이션에 대한 창조적 시간이 10년이라고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떤 의사를 가진다는 것은 근육과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머리카락의 경우 머리에 가만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긴장하면 쭈뼛 서지 않나.가만히 있지 않고 미묘하게 움직인다. 나는 그 미묘함을 발견했을 때 세계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질문에는 얼마든지 오래 답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얼마든지 움직이며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근육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포즈나 움직임이 여러가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제 영상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관찰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향이 되고 있다.
현재 여러가지 애니메이션 영상들이 TV, DVD, 영화로 선보여지고 있다. 이를 만든 사람들이 어떤 렌즈로 보여주는지에 따라 다른 모양새가 된다. 렌즈가 많이 발달해 굉장히 선명한 영상도 가능하다. 인간 능력 이상으로 본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육안으로 본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로케이션팀은 사진을 많이 찍어 오는데, 난 찍지 않는다. 결국 렌즈에 의해 사람들이 지배되는 것이다. 사진, 렌즈가 아니라 눈으로, 신경으로 직접 무엇을 보고 머릿속에 기억을 하고 그림을 그려야 보다 크게 그릴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감각이 편리함과 만나 점점 열악해지는 것 같다. 젊은 스태프들을 보며 그것을 자주 느낀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만큼 논란도 예고됐다. 호리코시 지로라는 비행기 설계사를 주인공으로 택한 까닭은 무엇인가?
"(미아쟈키 하야오)동명 소설을 쓴 호리 타츠오라는 인물은 전쟁 중에 전쟁 내용을 전혀 소설에 담지 않고 본인의 이야기를 써 나갔다. 지로라는 인물도 군의 요구를 많이 받았지만 이에 대항하며 살아 온 인물이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죄를 업고 가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 예를 들면 내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 그 시대에 살았다면 그림자를 업고 갈 수는 있지만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나 역시 이렇게만 답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인 질문을 준다면 답하겠다."
-아베 총리의 개헌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한국에서 반향이 일었다. 결과는 감독이 원하는 바와 다르게 났지만, 그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회가 궁금하다. 그에 덧붙여 한국인들 중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미카제의 습격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다. 영화에 대한 반감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에 대해 당부할 말이 있다면?
"(미야자키 하야오)헌법 개정에 대해선 제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한 것 뿐이다. 그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세계가 크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는데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그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 카미카제 특공대에서 제로센은 구식이라 큰 역할을 못했다. 그러나 호리타시 지로는 전쟁 후에도 같은 회사에서 일을 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옳았다거나 그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더 비참하다'고도 이야기했었다.
히노마루라고 하는 일본기의 상징을 이 작품에서만큼 많이 그려본 작품이 없었다. 결국 거기 붙어있는 것이 전부 떨어지게 된다. 이를 보고 여러 말들이,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 등 비행기의 움직임을 표현한 음향이 인상깊었다.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인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지브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이 점점 진보되고 있다. 영상에서뿐 아니라 소리와 효과도 정밀해지고 있다. 그림, 소리가 굉장히 좋아진 반면 잃은 것도 있다고 본다."
"(스즈키 토시오)정밀하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극장물의 소리에 있어서는 5.1채널, 6.1, 7.1 ,8.1채널까지 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계속 정밀해지기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사람의 발소리,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 등 모든 소리를 입혀서 극장 여러 군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어떤 소리가 들려야 할까 모르겠는 시점이다. 그럴 때 미야자키가 내게 말을 했었다. 소리를 인간의 소리로 내 보면 어떨까 제안해왔다. 대찬성을 했다.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인간이 소리를 내자는 이야기도 했었고 우리 둘이 모두 소리를 맡자고 우스개 소리도 했다. 소리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고 그 분을 중심으로 비행기 등 어디에 소리를 넣고 뺄지 균형을 생각해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그래서 훌륭한 디자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전문가가 종이 울리는 소리, 기차의 기적 소리까지 입으로 내려고 해 그것까지 하지는 말자, 기계음으로 하자고 말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오래 작업을 해온 만큼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꼽아줬으면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스즈키 프로듀서는 내 일에 있어 제1의 내 편이 돼 주고 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스즈키 토시오)이번 영화를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제대로 전달될지 모르겠는데 '촉촉하다'고나 할까, 미야자키 하야오는 연세가 있음에도 굉장히 패기있고 젊음이 넘쳤다. 이번 작품을 하며 다시 그런 것을 느꼈다."
-아베 정권에 대해 글을 통해 비판을 했는데 한국과도 과거사가 얽혀 있지 않나. 한국과 문제에 대해 일본이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영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 생각에 동아시아 지역은 모두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한국, 일본은 서로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과정이 있겠지만, 전에 영국의 정치학자가 미국은 결국 본인들의 목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었다. 정말 그렇지 않을까 한다. 많은 격동이 있는 시기인데 '별 것 아닌 문제'로 이래선 안 될 것 같다. 내 나라의 총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총리는 곧 교체될 것이기 때문에 '별것 아닌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정말 이상해지는 상황이다. 돈을 찍어내는 것만으론 안 된다. 매일 열심히 일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아베노믹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열심히 노력하고 충실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한) '열풍'의 글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 글을 쓴 이후로 인터넷에서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다."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 1989년 일본의 버블이 붕괴했고, 소련도 붕괴됐다. 이후 일본의 역사 인식도 붕괴됐다. 무라야마 담화(1995년 일본 무라야마 총리가 태평양 전쟁 당시 식민 지배를 사과한 담화)같은 것이 나오는 상황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역사 감각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역사 감각을 잃으면 그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예전에 청산했어야 한다. (위안부 망언으로 도마에 오른) 하시모토 담화 등으로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일본은 한국, 중국에 사죄해야 한다고 본다. 당시 일본 군부가 일본인을 귀하지 않게 여겼다. 아마 그래서 다른 나라 역시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에 대해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역사 이야기를 해 왔어야 하는데 그간 일본은 늘 경제 이야기만 해 왔다. 돈을 버는 이야기만 해 왔으니 경제가 좋지 않아지면 전부 잃는 것 같은 상황이 됐다. 영화를 만들어도 흥행 수입이 얼마인지에만, 스포치 경기에선 선수의 상금이 얼마인지, 사람들이 얼마를 버는지에만 관심을 갖지 않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3D 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브리는 여전히 2D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3D 영화 제작 계획은 없나?
"(스즈키 토시오)3D를 만들 계획은 없다. 지금 미국도 3D는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년에 한 번씩 붐이 일었다. 입체나 3D에 대해서였다. 대부분 영화 산업이 불경기일 때 그랬다. 일본은 3년 정도 가고 끝난 듯하다. 지금 분위기론 3D 붐도 끝나가고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100편 가량 만들어졌는데, 이제 적어진다고 알고 있다. 과거 TV 모니터로도 3D 열풍이 불었었다. 누워서나 엎드려서 볼 수 없고 바로 정면에서 봐야 한다. 지금은 TV에서의 열풍도 사라졌다."
-영화의 결말 이전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로의 목소리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연기하게 된 이유도 알려달라.
"(미야자키 하야오) 마지막 신 전에 10년 정도의 시간이 표현돼 있지 않다. 그 시간이 전쟁이 크게 있을 때다. 굳이 그 시기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려면 따로 찾아보거나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30년 간 알고 지낸 지인이다. 주인공 목소리를 누구에게 맡길까 하다 스즈키 프로듀서가 제안했다. 앞서 효과음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젊은 이들이 목소리를 주로 연기하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히데아키에게 부탁했다. 연기를 잘 하는지보다는 호리코시의 존재감을 굉장히 잘 나타냈다는 반응이 있었다."
-'바람이 분다'를 보고 오열을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영화가 일본에서 흥행 중인데 얼마만큼의 흥행을 예상하는지도 궁금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오열까지는 아니었다. 일본의 여러 기자회견에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오열했다'는 식으로 말을 해서 이야기가 과장된 것 같다. 눈물을 좀 흘린 정도였다. 사실 감독이 울면 안 되는데, 반성하고 있다. 흥행에 대해선 앞으로 얼마나 관객이 들 지 모르고 언제까지 상영할지도 모르니 미리 기뻐하긴 이르다고 본다."
-(지로의 부인인) 나오코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미야자키 하야오)나오코와 같은 삶을 산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와 나오코의 삶이 똑같다고 이야기하더라. 사실 오늘 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각오를 하고 왔다. 여러분이 친절한 분들인 것 같다. 와 주셔서 감사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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