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천수가 뛰는 것을 보고 싶었어요."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를 앞두고 불쑥 '풍운아' 이천수(32, 인천) 이야기를 꺼냈다.
최 감독과 이천수는 2002 한일월드컵 대표로 4강을 함께했다. 과거의 좋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였기에 늘 이천수의 진로에 대해 걱정했다. 이천수가 임의탈퇴로 K리그에서 뛰지 못할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사람이 최 감독이었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임의탈퇴 된 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을 돌아다녔다. 올해 전남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주면서 어렵게 고향팀 인천에 입단할 수 있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천수의 활약은 인천에 절실했다. 지난 6월 말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친 이천수는 한 달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그 사이 선두권을 유지하던 인천은 중상위권으로 내려갔다. 노련미와 실력을 갖춘 이천수의 공백으로 인한 전력 약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인천 김봉길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이천수의 경험이 필요하다"라며 부상에서 복귀한 이천수가 베테랑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믿었다.
최 감독도 이천수의 경기력이 어떤지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 3월 9일 양 팀간 2라운드 맞대결 당시에는 이천수의 몸이 완전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천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에 나서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을 위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천수가 뛰는 것을 보고 싶었다. 2002년 월드컵 후 한국 축구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 아니냐"라며 후배사랑을 드러냈다. 당돌했던 이천수를 기억하는 최 감독은 "쉽게 나올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근성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행적은 속일 수 없다"라며 화려했던 시절의 실력을 다시 보여줄 것으로 믿었다.
물론 서울전에서는 이천수가 적당히(?) 하기를 바란 최 감독이다. 그는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그냥 넘어 갔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최 감독의 응원(?)을 들었는지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천수는 인천이 0-1로 뒤져 있던 전반 20분 저돌적인 돌파로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든 뒤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날카로운 가로지르기를 올려 설기현의 동점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42골 30도움으로 K리그 통산 32번째 30(골)-30(도움)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이천수는 의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에는 신인 이석현이 투입되면서 왼쪽 날개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 수비는 이천수의 돌파와 패스를 막느라 애를 먹었다. 경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상당히 빡빡하게 전개됐고, 이천수는 추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는 결국 후반 추가시간 데얀이 결승골을 터뜨린 서울의 3-2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최 감독 말대로 이천수의 실력은 죽지 않았고, 그 모습을 최 감독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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