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역시 '가왕(歌王)'이었다.
조용필은 1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슈퍼소닉 2013(이하 슈퍼소닉)' 무대에 올라 10대부터 60대까지 2만 관객을 열광시켰다.
이 날은 조용필이 데뷔 45년 만에 서는 록 페스티벌 무대. 조용필과 그가 이끄는 밴드 위대한 탄생이 '슈퍼소닉' 참가를 결정하며 그의 음악을 정규 19집 '헬로(Hello)'를 통해 처음 접한 10대부터 조용필을 열렬히 사랑해 온 중장년층까지 '슈퍼소닉'에 모여들었다.
올해 '슈퍼소닉'은 다른 록 페스티벌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시원한 노출로 완벽 무장한 젊은 층이 대부분인 다른 록 페스티벌과는 달리, 이 날 '슈퍼소닉'에는 3대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 관객부터, 따가운 볕을 피하기 위한 밀짚모자와 선글라스로 멋을 낸 중년의 아버지·어머니 관객까지, 나이 지긋한 관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바로 '영원한 젊은 오빠' 조용필을 보기 위해 '슈퍼소닉'을 찾은 것. 일찍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더운 날씨 속에서도 펜스 옆을 지키는가 하면,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약속된 시간, 조용필의 등장을 기다리며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장내는 암전되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아 유 레디(Are You Ready?)'라는 글귀가 현수막에 아로새겨졌다. 관객들은 뜨겁게 열광했고, 관객들의 환호에 조용필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지의 세계'로 첫 무대를 꾸민 조용필은 '단발머리', '장미꽃 불을 켜요', '못 찾겠다 꾀꼬리' 등 히트곡 무대로 순식간에 2만 관객을 압도했다. '작은 거인' 조용필이 내뿜는 에너지는 2만 관객이 내지르는 함성과 만나 엄청난 장관을 연출했다.
숨 쉴 틈 하나 없이 이어진 공연은 '떼창송'으로 지정된 '모나리자'에서 불을 뿜었다. 팬들의 투표로 '떼창송'이 결정된 '모나리자'는 처음부터 조용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2만 관객이 신나게 목소리를 높였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가 없나, 그대는 모나리자 모나리자 나를 슬프게 하네', 구슬픈 가사지만 조용필도 관객들도 웃고 있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2013년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Bounce)'와 '헬로(Hello)'가 장식했다. 외국인들이 서투른 발음으로 조용필의 노래를 율동까지 곁들이며 따라하는 영상이 흐르자 관객들의 함성은 한층 커졌다. '바운스'의 신나는 전주가 흘러나오자 자리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던 관객들도 흥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를 즐겼다.
10대부터 60대까지, 조용필 앞에 장벽은 없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10대·20대는 심장이 울리도록 공연장 이곳저곳에서 뛰었고, 3040세대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불렀다. 중장년층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오빠'를 외치며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소녀로 돌아갔다.
조용필 역시 감격에 젖은 듯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연신 넘겼다. 무대 위 위대한 탄생 멤버들 역시 행복한 미소로 관객들을 응시했다.
흔히 많은 가수들이 음악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한다. 누구나 버릇처럼 하는 이 말을 조용필은 60대의 나이에 직접 몸소 보여줬다. 45년 전 데뷔한 조용필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뛰노는 10대, 춤추는 60대의 2만 물결을 누가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한여름 무더위도 불사하고 몸을 부대끼게 만들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부끄러움도 잊고 춤추게 하는 그의 이름은 조용필, 바로 이 시대의 가왕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