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성남 일화 축구단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사가겠다는 구매자가 있는데 외면하는 쪽에다가 계속 소리를 치니 기분이 나빠진 구매자가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고 구매하기를 클릭하지 않는 상황이다.
성남 구단은 운영 주체였던 통일그룹이 재정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전해 축구단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대안이었던 성남시의 구단 인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남 서포터스와 축구연합회원 등이 궐기대회를 열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면담을 통해 구단 인수 후 시민구단 재창단을 호소했지만 진척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산시가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안산시는 성남을 인수한 뒤 시민구단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전달했다. 지난 6월 성남 구단과 안산시가 의견을 조율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그런데 왜 매각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을까.
종교적인 문제? 성남시의 인수 능력↓
우선 성남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민구단 창단 문제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성남시는 지난 2010년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사태를 겪으면서 재정 위기를 겪었다. 운영하고 있던 직장 운동부 15개 중 육상, 펜싱, 하키만 제외하고 모두 해체했다.
당연히 축구팀 창단은 뒷전이었다. 시민구단 창단 문제가 불거졌지만 어디까지나 K리그 클래식이 아닌 챌린지나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로의 참가 검토였다. 정상적으로 클래식에서 호성적을 내고 있는 성남을 하부리그로 스스로 강등시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인 것이다.
성남시 고위 관계자는 "성남시 재정 상태로는 매년 100~200억원이 넘는 프로축구단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이재명 시장이 SNS 등을 통해 시민구단 창단이 합리적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이미 창단이 어렵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시민구단 창단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정쟁의 도구로 써먹기에 좋은 소재다. 이 관계자는 "성남 구단 일부 관계자가 스폰서 확보 등이 가능하다며 설득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도의적으로 미안하지만 솔직히 축구단 인수 후 재창단은 어렵다고 본다. 신중하게 검토를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못박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성남 기독교계의 반대 분위기에 대해서는 "통일교가 빠져서 시민구단으로 창단하겠다는 것인데 왜 종교 문제가 튀어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넘겼다.
성남은 통일그룹의 막강 자금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투자를 했지만 정작 연고지 성남시에는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종교적인 문제가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경영 능력 자체가 낙제점이었다. 관중 동원은 이미 객관적 수치로 형편없음이 증명됐다. 와중에 성남시에서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A보드 등 광고물은 물론 현수막에조차 비용을 부과하는 등 한 푼이라도 빼먹기 위해 애썼다. 그럴 때마다 구단은 시에 볼멘 소리를 해왔으면서도 시민구단 창단을 매달리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
안산시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데…
안산시는 어떨까, 안산은 인근 지자체인 수원시가 프로야구 제10구단인 KT를 유치하면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돔구장 건설 사업을 접었다. 대신 다문화가정이 많은 시 특성을 고려해 프로축구팀 창단으로 눈을 돌렸고 성남이 매물로 나오면서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실사 결과 시가 재정지원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성남 선수단과 구단 직원 고용 승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서가 지난 6월 박규남 성남 사장에게 전달됐다. 결제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었다. 박규남 사장에 대해서는 그간 프로축구계에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해 고문으로 지위를 유지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통일그룹 내에서도 안산시로의 매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고용 승계 과정에서 몇몇 고위직들이 제외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이 이들을 살리기 위해 언론 앞에 직접 나와 호소하며 성남시에서 시민구단 재창단을 바랐다. 한솥밥을 먹은 이들과 계속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산시 측 실무 관계자는 "안산은 성남 구단을 매수하면 새 출발이라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전문 스포츠 경영인이 구단을 경영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남이 성남시에서 관중을 잘 그러모으고 있었다면 해체 위기까지 몰렸을까. 누구의 잘못인지 뻔히 나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중을 전했다.
안산시는 시비로 매년 20~30억원을 지원하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운영 자금에 대해서는 반월공단 내 기업체, 대형 할인마트에 이어 스포츠용품업체 뉴발란스가 30억원 이상의 자금 및 용품 스폰서로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등 재정 확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수 차례 과시했다.
또, 클럽하우스와 연습구장 건립까지 내세우는 등 인수 조건 자체가 파격적이다. 축구단 창단을 바라는 안산시민 2천여명이 지난 22일 궐기대회를 벌이는 등 열기도 뜨겁다. 김철민 시장이 직접 나서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안산 시의회도 창단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적자투성이인 '와~스타디움'의 활용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성남축구단 인수가 대안 중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결자해지가 팬, 구단 모두를 살려
구단 매각 작업이 지체되면서 안산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해도 그만이라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운명의 키를 받아든 성남 구단에서 성남시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모양새에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안산시 의회 관계자는 "축구를 잘 모르는 몇몇 시의원들 사이에서 성남 구단이 매각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빨리 선택을 하기를 바랐다.
당장 성남 선수단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겉으로는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구단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안익수 감독이 "브랜드 가치를 올리자"라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성남은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김동섭, 박진포 등 일부 주전급 선수들에게 꾸준히 다른 팀의 영입 제의가 왔지만 모두 물리쳤다. 해체 위기를 막고 구단의 역사를 어떻게든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구단의 가치 유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성남시로 몰려가 결론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실상 결론은 성남시가 아닌 성남 구단이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메인스폰서 격인 뉴발란스가 9월 말까지 답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을 끌면 모든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성남 구단의 운명의 시간은 초조하게 흐르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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