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던 1일 사직구장. 연장 10회말 롯데 공격이 시작될 때 전광판 점수는 3-3이었다. 롯데는 2사 후 황재균과 문규현이 각각 볼넷과 우전안타를 얻어내며 2, 3루 기회를 잡았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팀 벤치, 그리고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 연장 11회초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LG 마운드에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버티고 있었고, 타석에는 이날 경기 도중 교체 출전해 처음 1군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 포수 김준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김준태가 봉중근을 상대로 팀의 5연승을 이끄는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쳤다. 김준태는 봉중근이 던진 5구째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절묘하게 갈랐다. 롯데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 장면에 환호했고 LG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김준태에게는 1군 경기에 첫 출전한 날 평생 잊지 못할 최고로 극적인 경험을 했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봉중근 선배의 공을 칠 줄 몰랐다"며 "앞선 타석에서도 그랬지만 많이 긴장했다. 첫 안타가 팀 승리에 도움을 줘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직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맞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맞는 순간 내야 땅볼로 잡히는 줄 알았다"며 "1루를 향해 뛸 때 상대 수비 사이 간격이 넓어 '안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이라고 감격적이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김준태는 이날 수훈선수로 뽑혀 방송 인터뷰까지 했다. 깜짝스타의 탄생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준태는 개성중과 경남고를 거쳐 2차지명 8라운드에 뽑혀 지난해 고향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신인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구단은 포수 엔트리 문제 때문에 김준태에게 정식 선수가 아닌 신고선수 전환을 권했다. 선수로 계속 활동하고 싶었던 김준태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 동안 기량을 쌓은 김준태는 올해 정식 선수로 등록되며 1년을 미룬 신인이 됐다.
프로 입문은 했지만 1군 출전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는 않았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김준태는 7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12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이던 지난 9월 24일, 김준태는 1군으로 콜업되는 행운을 잡았다. 주전 포수 강민호에 이어 백업요원 용덕한까지 부상을 당해 포수 자리를 메울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 엔트리에 포수는 김준태와 김사훈 뿐이다.
1군에 왔지만 경기에 나설 기회 또한 기약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1일 LG전에서 1군 데뷔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 포수로 나섰던 김사훈이 6회말 공격에서 대타로 교체돼 김준태가 7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1군 두 번째 타석이던 10회말 김준태는 '사고'를 쳤다. 많지 않은 관중이었지만 사직구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로 이름 석 자를 인상깊게 남겼다.
김준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고 방송 인터뷰 때는 부모님 얘기가 나와 울컥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옛된 소년의 마음을 갖고 있다.
프로 첫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장식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준태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1군에서 많이 배우겠다"며 "앞으로 열심히 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날 김준태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하나를 받았다. 끝내기 안타를 친 그 공을 선배 전준우가 챙겨 직접 건네줬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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