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오늘부터가 포스트시즌이라고 생각하겠다."
경기 전 내뱉은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말이 고스란히 경기장 분위기로 나타났다. LG와 두산 베어스가 5일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경기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최후의 승자는 LG였다. LG는 두산에 5-2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을 꺾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같은 시각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가 넥센을 잡아줘야 했다. 그래야 LG의 2위, 즉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했다.
LG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한화가 넥센을 2-1로 꺾었다. 이로써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진 2~4위 순위 싸움의 결과는 2위 LG, 3위 넥센, 4위 두산으로 최종 결정됐다. 넥센과 두산은 8일부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고, LG는 열흘 간의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6일부터 두 팀간 대결의 승자와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LG는 선취점을 내주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2회초 두산이 홍성흔의 선제 솔로포에 이어 이원석의 백투백 홈런으로 2-0의 리드를 잡은 것. 이원석의 홈런은 류제국의 위헙구에도 굴하지 않고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두산 쪽으로 기운 듯했다.
LG는 전혀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1회말과 3회말, 4회말 2사 후 주자가 한 명씩 나갔던 것이 전부였다. 3회말에는 중전안타를 친 박용택이 무리하게 2루를 노리다 아웃당하며 LG 덕아웃의 분위기는 더욱 더 차가워졌다. 그 시점에서 대전구장에서는 넥센과 한화가 0-0으로 맞서고 있었다.
LG 반격의 시작은 6회말 선두타자 윤요섭의 중전안타였다. 이어진 박용택의 중전안타로 LG가 무사 1,3루 찬스를 잡자 두산은 호투하던 선발 노경은을 내리고 유희관을 구원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진영, 이병규(7번)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진영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두산의 전략이 먹히는가 했다. 그러나 이병규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LG가 1-2로 따라붙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LG는 정성훈의 3루수 땅볼로 2사 1,3루를 만든 뒤 이병규(9번)의 2타점 2루타가 터져나오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 때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실책이 나오며 이병규는 3루까지 갔다.
그 즈음 대전 경기도 큰 요동이 치고 있었다. 6회말 2사 만루에서 정범모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한화가 2-0의 리드를 잡은 것이다. 1루 측 LG 응원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전광판에 대전구장 상황이 중계되면서 술렁임은 큰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계속되는 2사 3루 찬스에서 김용의의 기습번트 안타로 추가점을 내 LG는 4-2로 앞서나갔다. 이후 추가 실점 없이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던 류제국은 8회 1사 2루에서 마무리 봉중근과 교체됐다. 그 사이 대전에서는 넥센이 대주자 유재신이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인해 1-2로 따라붙었다. 잠실-대전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봉중근은 8회초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LG는 8회말 정성훈의 1타점 2루타가 터져나오며 5-2로 달아났고, 봉중근이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했다. 그에 앞서 대전에서 한화의 2-1 승리가 확정되며 LG의 2위 탈환에 필요한 두 가지 퍼즐이 모두 맞춰졌다. 그렇게 LG가 바라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 나타났다.
잠실의 LG-두산전은 물론, 대전의 한화-넥센전 모두가 야구의 묘미를 유감없이 선보인 하루였다. LG가 역대 가장 치열했던 2위 싸움의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2013년 프로야구는 멋진 피날레를 팬들에게 알렸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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