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신들린 제구력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 신데렐라' 유희관(27)이 자신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유희관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7.1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제 몫을 다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7.1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진 유희관은 안타 3개, 사사구 5개(볼넷 3, 사구 2)만을 내주며 넥센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안타 3개 중 2개는 2사 후 주자 없는 가운데 나온 안타였고, 2회말 잠시 흔들리며 2사 만루에 몰린 것 외에는 큰 위기도 없었다. 사사구 5개가 나오며 간헐적으로 제구가 흔들렸던 점이 '옥에 티'였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낸 대목이 가장 아쉬웠다. 서동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상황에서 유희관은 홍상삼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홍상삼이 폭투를 남발하는 사이 서건창이 홈인, 유희관에게 1실점이 기록되는 동시에 승리 자격도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유희관은 '난 이런 투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유희관의 최고 구속은 평소와 다름 없는 시속 136㎞. 하지만 유희관은 절묘한 제구를 바탕으로 넥센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좌우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낮게 형성되면서 넥센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공의 묵직함은 강속구 투수 부럽지 않았다.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등판 전부터 내내 자신감 넘치던 모습을 보이던 유희관이다. 특히 유희관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박병호와의 승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8일 1차전을 앞두고서는 "어차피 (박)병호에게 맞으면 팀은 진다"며 "자신 있다고 해 놓고 얻어 맞는다면, 2배로 욕먹으면 그만이다"라고 다소 도발적인 자세까지 보였다.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희관은 이날 박병호와의 3차례 승부에서 모두 범타를 유도해내며 완승했다. 1회말 2사 1루에서는 유격수 땅볼, 3회말 1사 1루에서는 중견수 뜬공,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익수 뜬공으로 박병호를 처리했다.
무엇보다 박병호를 상대로 전혀 두려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최대 무기라고 하는 '130㎞대의 직구'를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꽂아 넣었고, 그 결과는 박병호는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정규시즌 2위를 다투던 지난 5일 LG와의 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해 0.2이닝 2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던 유희관. 당시를 떠올리며 유희관은 "나 때문에 팀이 2위를 못했다고 생각해 아쉬웠다"며 "준플레이오프에서 잘 던져서 만회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유희관은 당시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는 활약을 펼쳤다.
조이뉴스24 목동=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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