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2년차 레프트 송준호는 지난 여름이 마치 꿈만 같다. 그는 7월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펄펄 날았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송준호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외국인선수도 없었고 문성민마저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한 상황에서도 현대캐피탈은 두 번째 컵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송준호는 당시 팀 사정에 맞춰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로 옮겨 뛰었고 해결사 노릇을 톡톡이 했다. 하지만 송준호에게 대회 초반은 악몽과도 같았다.
컵 대회 첫 경기를 치른 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송준호의 이름을 꺼냈다. 김 감독은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의도된 발언이었다. 김 감독은 평소 코트에서 소극적이던 송준호의 투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채찍을 가하며 자극했다. 김 감독의 말이 도화선이 됐을까. 송준호는 다음 경기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 전까지 과감한 공격을 잘 시도하지 않았다. 범실을 의식해서 자신 없는 공격이 이어졌고 상대 블로커의 손에 걸리거나 아웃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송준호는 이후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고 잘 맞아 들어갔다. 팀의 주 공격수 노릇을 잘 수행했다.
그러나 새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 송준호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새 외국인선수 리베르만 아가메즈(콜롬비아)가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2013-14시즌 송준호가 라이트로 나설 일은 거의 없다. 그의 현 위치는 두 번째 레프트, 즉 보조 리시버 역할이다.
송준호도 "시즌이 시작되면 아마 웜업존이 더 익숙할 것 같다"며 "선배들의 플레이를 잘 지켜보겠다"고 웃었다. 사실 문성민이 부상에서 회복해 레프트 한 자리를 꿰차면 송준호가 들어갈 틈은 더 좁아진다. 남은 레프트 한 자리는 베테랑 임동규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바로 그 레프트 한 자리가 올 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오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월드 리베로' 여오현을 데리고 와 고질적이던 수비와 서브 리시브 불안을 해소했지만 공격과 수비를 보조하는 세컨드 레프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다.
삼성화재에서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수석코치), 그리고 현대캐피탈에서 장영기(현 러시앤캐시 구단 운영팀) 등이 거친 바로 그 자리다. 송준호는 "컵대회에서 기억은 여전히 나지만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오전, 오후, 야간까지 하루 세 차례 정도 이어지는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즐겁다. 시즌 개막이 다가오니 설렌다"고 했다.
그는 "많이 뛰진 못하겠지만 코트에 나가서는 기죽지 않고 파이팅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준호는 "가장 부족한 건 역시 수비와 리시브"라고 덧붙였다.
송준호는 저녁식사를 마친 뒤 잠깐 쉬었다. 의자에 앉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그러나 꿀맛같은 휴식시간은 왜 이렇게 금방 지나갈까.
송준호는 눈을 비비며 숙소로 올라갔다. 야간연습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트에는 이미 박희상, 김기중 코치가 나와 있었다. 송준호는 두 코치와 함께 리시브 훈련을 시작했다. 막내 송준호가 먼저 훈련을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도 한두 명씩 코트로 나왔다. 조용하던 코트에는 다시 선수들의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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