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플레이는 수치화돼 기록지에 표시된다. 수학공식처럼 맞아 떨어지지 않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자료들이 있다.
농구에서는 리바운드 숫자, 그리고 배구에서는 범실 숫자를 살펴보면 승리와 패배를 한 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야구에서는 여러 기록들이 많지만 특히 잔루를 많이 남기는 팀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야구는 홈에서 출발해 홈으로 들어오면 점수가 나는 경기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타자가 출루를 해 1, 2,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반대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홈인'을 막아야 하는 경기다.
이런 과정에서 출루는 했으나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남는 주자가 바로 잔루다. 잔루가 많으면 점수를 낼 때 뽑지 못하고 답답한 공격을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013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는 공교롭게도 잔루가 많았던 팀이 승리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 승리팀은 두산이다. 이날 두산은 8개의 잔루를 기록했고 LG는 3개 뿐이었다. 경기 결과는 두산의 4-2 승리.
17일 열린 2차전에서는 LG의 잔루가 훨씬 많았다. LG는 이날 잔루를 무려 12개 기록했다. 두산의 잔루는 단 2개.
1회말 LG 공격에서 선두타자 박용택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LG 벤치는 후속타자 김용의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선취점의 중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3번타자 이진영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정성훈의 볼넷으로 2사 1, 2루를 만들었지만 5번타자 이병규(9번)가 삼진을 당해 주자 2명을 남기고 무득점에 그쳤다.
2회말 두점을 뽑아 2-0으로 앞서갔지만 LG는 이후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낸 7회말을 제외하고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소득이 없었다. 3회말에는 2사 이후였지만 연속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기회까지 만들었지만 역시나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4회말에도 LG는 1사 2, 3루의 절호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홈에서 주자가 태그아웃된 경우도 4, 6, 8회말 등 세 차례나 나왔다. 두산 수비가 잘 한 부분도 있지만 거꾸로 보면 LG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답답한 공격을 했다.
보통 이럴 경우 리드를 당하고 있는 팀에게 추격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2차전은 두산 타선이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에게 철저하게 묶였다. 두산은 이날 잔루가 2개 뿐이었는데, 잔루를 남기지 않을 만큼 공격의 결정력이 좋았던 것이 아니었다. 리즈의 구위에 완전히 눌려 타자가 출루할 기회 자체가 적었다. 두산은 1안타 2볼넷을 얻어내는데 그치며 영봉패를 당했다.
결과적으로 1, 2차전은 '많은 잔루=승리팀'이라는 낯선 공식이 성립됐다. 두 팀은 1승 1패로 사이좋게 승패를 나눠가졌다. 19일 열리는 3차전에서는 또 어떤 양상의 경기가 펼쳐질까. 이번에도 잔루가 많은 팀이 웃을 수 있을까.
3차전은 이번 플레이오프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승부처다. 답답한 공격을 되풀이한다면 언제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줄지 모른다. 한두 번이야 모를까, 잔루가 많다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두산과 LG 모두 1, 2차전을 통해 받아든 공통과제는 '잔루 줄이기'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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