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힘을 비축한 뒤 포스트시즌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11년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 트윈스에게 2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LG는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5-2로 승리, 극적으로 2위에 올랐다. 그 전리품은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까지 열흘이라는 꿀맛같은 휴식기를 갖는 것이었다.
반대로 최종전에서 LG에 패하며 정규시즌 4위에 올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두산은 힘든 여정을 소화 중이다.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치러진데다, 5차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한 점 차의 접전이 펼쳐지면서 체력 및 정신력 소모가 극심했던 것. 특히 3차전은 연장 14회, 5차전은 연장 13회까지 열렸다.
LG와 두산 양 팀의 차이는 마운드 싸움에서의 우열로 나타났다. 1,2차전에서 LG는 정상적으로 류제국-리즈로 이어지는 선발 원투펀치를 내세웠지만, 두산은 노경은-이재우로 경기를 치렀다. 두산은 1차전에서는 노경은의 호투로 4-2로 승리하긴 했지만, 2차전에서는 이재우가 일찍 무너지며 결국 0-2로 패했다.
승패를 떠나 투수들의 공에 실리는 힘이 달랐다. 휴식기를 보내며 철저한 관리를 받은 LG 투수들의 어깨는 싱싱했다. 1차전에서 4점을 내주긴 했지만, 내야 실책 2개에 의한 2실점을 제외하면 많은 실점이 아니었다. 2차전에서는 아예 두산 타선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리즈의 힘이 컸다.
두산 타자들이 받는 느낌도 다르지 않았다. 1차전에서 5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김현수는 "쉬고 나와서 그런지 선발 (류)제국이 형을 비롯해 LG 투수들의 공에 전체적으로 힘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휴식에 의한 차이는 야수들보다 투수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일정한 투구 뒤에는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투수들의 팔과 어깨이기 때문이다. 5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으로서는 마운드 운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LG는 다양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2차전까지 치른 현재 아직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투수들도 수두룩하다. 정규시즌 상위팀에 대한 자연스러운 어드밴티지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 역시 한국시리즈에 직행,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팀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LG의 마운드는 원래 강했다는 사실이다.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72)가 바로 LG다. 두산은 7위(4.57)다. 기본 전력에서 앞서는데다 휴식까지 취한 상태라 마운드 싸움에서는 LG가 두산에 비해 확실히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두산으로서는 방망이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어차피 우리는 시즌을 타격의 힘으로 치러온 팀"이라고 말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 역시 "어떤 투수코치라도 두산 타선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는 LG의 방패와 두산의 창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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