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2차전. 2회초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간 오재원이 최재훈 타석에서 3루 도루를 시도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 베이스를 향했던 오재원은 삼성 3루수 박석민과 충돌해 왼쪽 목 부근을 다쳤다. 오재원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트레이너가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오재원은 덕아웃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교체 없이 연장 13회까지 모두 소화했다. 목에는 잠시 통증을 달래줄 진통 파스만 붙어 있었다.
오재원뿐 아니다. 이날 유독 두산 선수들이 곳곳에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한 번 쓰러진 선수들은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극심한 고통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피로감이나 부상으로 인한 고통은 TV 중계를 보는 안방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3회에는 삼성 선발 밴덴헐크의 4구째 공이 이종욱의 오른쪽 무릎을 강타했다. 이종욱은 무릎을 감싸고 뒹굴었다. 그러나 이종욱도 일어나 무릎을 점검한 뒤 절뚝이며 1루로 걸어나갔다. 계속 출전을 강행하던 이종욱은 8회말 수비 때야 정수빈으로 교체됐다.
위험한 장면은 4회에도 있었다.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김재호가 오재원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를 노리던 김재호의 머리와 유격수 정병곤의 다리가 충돌했다. 김재호는 2회말 수비 때 이원석 대수비로 나선 교체 요원이었다. 이미 주전 3루수 이원석이 첫 타석 이후 왼쪽 옆구리 근육통으로 아웃된 후였다. 김재호는 통증으로 인상이 어두워졌으나 계속 뛸 수밖에 없었다.
13회에는 타석에 나섰던 홍성흔이 자신의 파울 타구에 우측 무릎을 강타당했다. 교체된 홍성흔은 덕아웃으로 돌아가 아이싱으로 일단 부상 부위를 진정시켰다.
올 가을 두산은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에 2패 뒤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LG와 만나 기대 이상의 화끈한 경기력으로 3승 1패를 거두고 대망의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두산은 정규시즌 1위팀이자 3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삼성과 만나서도 먼저 2연승을 거두며 12년 만의 우승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이어질수록 두산 선수들의 몸은 날로 지쳐가고, 그에 비례해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그라운드에 서면 긴장감 때문에 피로를 잊고 몸을 날리지만, 작은 충돌에도 쉽게 부상 당하는 데서 현재 두산 선수들의 몸 상태가 어떤지 잘 드러난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면 그대로 쓰러지기 일쑤다. 두산은 이런 경기를 포스트시즌 들어서만 벌서 11차례나 치렀다.
두산은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2승만 남겨뒀다. 그러나 삼성의 반격이 시작되면 시리즈가 몇 처전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투혼'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올해 가을야구 '다음'도 고려해야 한다. 부상자 관리는 두산에게 기적같은 우승만큼 중요한 숙제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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