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김성근 감독이 강조한 'PS 번트의 중요성'

[한상숙기자] "에이스 등판 경기에서 연속 3안타가 나오길 바라나."

어느 팀이든 최고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를 내세워 맞붙는 포스트시즌. 그러나 반드시 한 팀은 진다. 호투와 타격 집중력, 호수비가 어우러지는 게 승리의 가장 좋은 조합이다. 단, 팽팽한 흐름이라면 순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팀이 이긴다. 상대 기세를 누르고, 분위기를 단번에 뺏는 데는 번트가 때론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2013 포스트시즌에 오른 네 팀은 번트 때문에 울고 웃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서 스퀴즈 번트 실패로 3차전을 내준 뒤 내리 2패를 더해 2승 3패로 두산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LG도 번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인 5차례의 희생번트를 지시했으나 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LG는 1승 3패로 뒤져 두산에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넘겨주고 말았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정규시즌 1위팀 삼성도 스퀴즈 기회를 놓쳐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서 2연패에 몰린 아픔을 맛봤다.

가을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두산도 번트 작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서 먼저 2승을 올린 뒤 3차전서도 선취점을 낼 기회가 있었다.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이 중견수 왼쪽으로 빠지는 안타로 출루한 뒤 포수 이지영의 패스트볼로 2루까지 진루했다.

무사 2루의 절호의 득점 찬스였지만 강공을 택했던 다음타자 민병헌은 7구 만에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김현수와 최준석도 나란히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돼 선취점을 내는데 실패했다.

두산은 이날 2-3으로 패했다. 만약 3차전마저 승리했다면 3연승을 달려 한국시리즈 우승에 훨씬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경기 후 1회 무사 2루에서 보내기번트를 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번트를 대려고 했으나, 볼 카운트가 유리해 마음을 바꿨다. 초반 점수도 중요했지만 활발한 타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를 포함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김 감독은 "(3차전에서) 두산이 1회에 번트를 댔다면 선취점을 올릴 수 있었고, 기세를 이어가 3차전도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선발 유희관이 3점 이상 뺏길 선수가 아니라면, 초반 득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는 생각을 전했다.

번트가 두산을 살린 장면이 29일 4차전에서 나왔다. 1회말 1사 후 정수빈이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한 기습 번트를 댔다. 발 빠른 정수빈은 1루서 세이프됐고, 기습 번트에 흔들린 배영수는 다음 김현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최준석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두산은 정수빈의 번트안타로 출발한 1회 공격에서 2점을 먼저 뽑아 상대 선발 배영수를 1.1이닝 만에 끌어내렸다. 경기 결과는 두산의 2-1 승리. 정수빈의 번트 안타가 없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번트가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대 이상이다. 번트는 1점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 투수를 흔들고, 빅이닝의 가능성도 만든다. 야구에서 선취점을 뽑은 팀의 승률은 6할이 넘는다. 상대 에이스에 연속 3안타를 바라나? 처음부터 5점을 생각하지 말고, 1점을 어떻게 뽑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포스트시즌 경기의 번트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