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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 인터뷰]LG '9번' 캡틴 이병규다①…"굉장한 시즌이었다"


최고령 타격왕-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 안타…팀은 11년만의 PS

[정명의기자] 창간 9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특별 인터뷰 대상자로 LG 이병규(39)를 선정한 것에는 아무런 고민도 필요치 않았다. 이병규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LG를 11년만에 가을잔치 무대에 올려 놓았다. LG의 감동적이었던 한 시즌, 그 중심에 서 있던 이병규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병규는 등번호까지 '9번'으로 조이뉴스24 창간 '9년'과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 등번호 9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캡틴' 이병규의 2013년, 그리고 LG 트윈스의 뜨거웠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LG 9번 계보…'미스터 LG' 김상훈→'해결사' 한대화→'적토마' 이병규

9번. 축구에서는 스트라이커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지만 야구에서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이병규조차 "9번이 좋은 번호냐"고 되묻는다. 단, LG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병규는 이렇게 회상한다.

"LG에 입단하면서 9번을 달았다. 대학 때 달았던 21번은 왼손 에이스들이 다는 번호인데 LG에 왔을 때는 주인이 있었다. 남는 번호가 8번, 9번이었는데 마침 허문회 선배가 8번으로 변경을 하셔서 9번만 남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9번을 달게 됐다."

처음엔 큰 의미 없이 달았던 번호지만 이제는 이병규를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이병규에 앞서 9번을 달았던 팀 선배들도 쟁쟁했다. '미스터 LG' 김상훈, '해결사' 한대화, 그 다음이 이병규였다. 요컨데 이병규가 LG 9번의 의미를 계승, 발전시킨 셈이다.

일본 주니치 시절에는 7번을 달았다. 9번을 달고 싶었지만 주인이 있었다. 베테랑 외야수였던 이노우에 가즈키(42)였다. 구단에서는 이병규에게 9번을 권유했지만 이병규가 사양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이병규는 "고참 걸 뺏을 수 없지 않나"라며 웃었다.

벌써부터 LG 팬들 사이에서는 이병규의 9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손꼽히는 선수인 이병규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에 이병규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담도 될테지만 굉장히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늦었던 출발, 눈부신 활약, 뜨거운 결과

본론을 시작했다. 올 시즌을 돌아본 소회를 물었다. 이병규의 첫 마디는 "굉장한 시즌이었다"였다. 이병규 자신은 최고령 타격왕에 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 안타 신기록, 올스타 선정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LG도 지난 2002년 이후 처음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2013 시즌을 설명하기에 '굉장하다'는 말은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먼저 개인 성적. 이병규는 "전혀 예상 못했다. 개인 성적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개막을 앞두고 서두르다가 부상 부위(햄스트링)를 또 다쳐 1군 합류가 늦어졌던 것이다.

이병규는 "캠프 막바지에 다친 뒤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시범경기 출전을 서두르다 또 다쳐 한 달 넘는 시간이 또 걸렸다. 팀도, 나에게도 마이너스였다"고 아쉬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병규가 없었지만 LG는 시즌 초반 순항했다. SK와의 개막전 승리 후 줄곧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다. 이병규는 "내가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슬슬 한계를 드러낸 LG는 4월 말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이병규가 복귀를 또 한 번 서두르게 된 이유다.

복귀 전 이병규는 작은 이벤트 하나를 열었다. 라커룸 게시판에 메시지를 남긴 것.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지난 것은 잊자.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도 함께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LG가 NC와의 원정경기에서 충격적인 3연패 스윕을 당한 직후였다.

"잠이 안 올 정도였다.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힘이 되는 글을 써보자'고 생각해 혼자서 그냥 막 써봤다. 그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더라. 다행히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던 것 같다."

거짓말같이 이병규의 메시지와 피자 선물이 배달된 5월3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를 거둔 LG는 5월 중순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병규도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해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LG는 도무지 질 것 같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마침내 감격적인 4강 진출을, 그리고 정규시즌 2위를 차례로 확정지었다. LG는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었다.

◆사이클링히트-10연타석 안타…기록 행진의 순간들

이병규 개인적으로도 '굉장한' 시즌이었다. 최고령 타격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7월5일 넥센전에서는 최고령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고, 7월10일 NC전에서는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완성했다. 이병규가 올해 골든글러브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타격왕이란 것보다 '최고령'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타격왕에 오른 것보다 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세울 때가 더 기뻤다. 타격왕은 한 번 해봤고, 타격왕이 확정되던 날은 그보다 더 기쁜 일(팀의 정규시즌 2위 확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잠시 기록 달성의 순간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았다.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하던 순간, 허벅지 부상이 재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루타를 때릴 때였다. 2루를 돌아 3루를 향해 뛰는 순간 허벅지에서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비 복귀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던 무렵이었다. 이병규는 "지명타자를 돌아가면서 하면 좋은데, 나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수비에 나가야 했던 (박)용택이, (이)진영이 등 동료들한테 미안했다"며 "10연타석 안타도 그 덕분에 달성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부상과 10연타석 안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면서 부상이 재발한 이병규는 이후 넥센과의 두 경기에서 결장했다. 그리고 다음 7월9일 NC전에 출전해 4타수 4안타를 때려낸 뒤 7월10일 NC전 첫 타석에서 손민한의 커브를 받아쳐 신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두 경기를 쉬었기 때문에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것은 동료들이 자신을 대신해 뛰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병규의 설명이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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