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공간 이해 능력, 치고 달린 뒤 양발로 상대를 속이는 개인기, 그리고 침착한 마무리까지. '손세이셔널' 손흥민(21, 레버쿠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손흥민은 8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베스트팔렌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3~2014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전반 1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레버쿠젠에 1-0 승리를 안겼다. 승점 37점이 된 레버쿠젠은 리그 2위를 유지했다.
슈테판 키슬링, 옌스 헤겔러와 함께 레버쿠젠 스리톱의 한 축으로 나선 손흥민은 이른바 '게겐 프레싱(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전체 균형을 깨려는 도르트문트의 의도를 간파하고 더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 진영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반 18분 손흥민의 선제골은 그런 노력이 빛을 낸 결과다. 도르트문트 수비수 마누엘 프리드리히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에게 시도한 패스를 레버쿠젠 엠레 칸이 잘라냈다. 곧바로 볼은 곤잘로 카스트로를 거친 뒤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카스트로 근처에 있던 손흥민은 볼을 받자마자 빠른 스피드로 도르트문트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파괴했다. 이후 골키퍼까지 여유있게 따돌리고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입문 후 도르트문트전에서만 5골을 넣었다. 함부르크 시절인 2012년 9월 22일 두 골을 넣으며 3-2 승리를 제조했다. 2013년 2월 9일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또 다시 두 골을 넣으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 덕분에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에 유일하게 2승을 챙긴 팀이 됐다.
유독 도르트문트에 강한 데는 게겐 프레싱에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헤집고 다니는 손흥민의 개인 전술과 팀 전술이 함께 녹아 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공격시 자신있게 상대와의 일대일 대결을 즐긴다. 자연스럽게 두세 명의 수비가 손흥민 쪽으로 쏠리게 된다. 이를 놓치지 않는 손흥민은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 패스를 통해 동료의 득점을 돕곤 한다. 수비의 시선을 뺏어 상대 뒷공간을 넓게 만드는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강한 압박이 통하면 역습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팀이다. 역습에 실패해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내주면 곧바로 에워싸며 볼의 이동을 막는다. 그러나 전방에서 상대의 볼을 잘라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흥민은 이런 도르트문트의 전술을 잘 이용했다. 이날 결승골을 작렬할 때는 최전방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서면서도 볼의 움직임을 읽고 수비를 압박했고, 패스로 찬스가 오자 깔끔하게 골로 마무리했다. 38분 옌스 헤겔러의 슈팅 때는 도르트문트 수비진이 자신을 압박하기 전에 한 템포 빠른 패스로 카스트로에게 연결하며 헤겔러에게 슛 기회를 제공했다.
순간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은 주로 측면에서 볼을 받아 중앙으로 뛰어 들어가며 슈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그의 패턴에 상대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양발을 자유롭게 구사하는데다 슈팅 타이밍을 읽기 어려워 파울로 끊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할 수 있는 결단력도 있어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7골,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컵 2골 등 9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의 기세가 어느 정도까지 날개를 펴게 만들지, 흥미로운 시즌이 계속되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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