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2013년 안방은 비(非)예능인 전성시대다.
비예능인들이 안방에 진출한 역사는 꽤 오래 됐지만, 2013년만큼 비예능인 스타들의 탄생이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현재 방영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 전문MC와 개그맨으로만 구성된 TV프로그램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예능인을 빼놓고 2013년 예능을 말할 수 없다.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비예능 스타들의 장이다. 배우들과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의외의 면을 공개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육아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어린이 출연자들이 '국민 아이들'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먹방 스타' 등 의외의 숨겨진 모습으로 깜짝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식상함이 난무하는 프로그램에 활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 MC들이 고정된 패턴 형식과 과도한 리액션, 지나친 이미지 소비 등으로 지루해진 틈을 타 자연스러운 웃음과 새로운 캐릭터로 신선함을 줬다.
2013년 안방에서 전문 예능인들도 긴장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친 비예능인 스타들을 꼽았다.
◆데프콘-박형식-류수영, 관찰 예능 인기를 타고
2013년 예능 트렌드는 '관찰 예능'이었다. 대중에 노출된 스타들보다는 새로운 스타들이 필요했다. 가수와 배우들 혹은 비연예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들의 꾸밈 없고 자연스런 행동을 이끌어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나혼자 산다' 등은 비예능인 스타들의 장으로, 데프콘과 박형식, 류수영 등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주인공이었다.
데프콘은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고정 멤버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거나 카메오 출연 등으로 얼굴을 알린 예능 감초. 그러나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이 기폭제가 되면서 '예능 대세'가 됐다. '나 혼자 산다'에서 데프콘은 깔끔하게 집 청소를 하는 등 의외의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안긴 것. 데프콘의 '먹방'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예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1박2일' 시즌3의 새 멤버로 발탁돼 특유의 친근함과 입담으로 웃음을 안기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도 비예능인 스타들을 여럿 발굴해냈다. 김수로와 서경석 등 기존 예능에서 활약한 스타들 외 박형식과 류수영이 새로운 캐릭터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끈 것.
제국의아이들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했던 박형식은 '진짜 사나이'에서 의외의 어리숙한 모습으로 '구멍병사' '아기병사'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말끔한 귀공자 외모의 박형식은 군 생활 도중 해맑은 모습을 드러내고 식사 시간과 간식시간에는 '먹방스타'의 면모를 보여주며 사랑 받았다.
드라마 속 '도시남자'의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류수영 역시 의외의 모습으로 친근함을 더했다. 그는 힘든 군생활에도 특유의 넉살과 긍정적인 모습으로 '긍정왕'이라는 캐릭터를 얻는가 하면 '자타공인 류세프'로 군대리아, 군맥, 라면파스타 등 각종 군요리를 만들어내며 재미를 안겼다. 박형식, 샘해밍턴 등 출연자들과 콤비를 이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GD-정준영-성시경-존박, 이런 모습 처음이야…캐릭터의 재발견
가수들이 '예능감'을 발휘하며 재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무대 위 카리스마 혹은 감미로운 모습과 달리 의외의 모습으로 팬층을 확장시켰다.
이미 '1박2일'에서 '식탐' '성충이' 등의 캐릭터로 활약했던 성시경은 또 하나의 캐릭터를 추가했다. JTBC '마녀사냥'에서 '욕정 발라더'라는 이미지를 얻은 것. 남녀 간의 연애 심리에 관해 솔직하고 대담한 토크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무성욕자' 허지웅과 척척 맞는 호흡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남자들에게는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를 잊고 오히려 남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중이다.
지드래곤은 예능 고정 출연 없이도 단연 빛났던 비예능인 스타였다.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 단발 출연만으로도 존재감을 깊이 아로새겼다. 지드래곤은 정형돈과 '밀당 커플'을 이뤄 의외의 케미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형돈의 농담에 꺄르르 웃고 무한 애정을 보이다가도, 일순간 적당히 밀어내는 연애기술을 선보여 밀당의 고수로 인정 받았다. '2013 MBC연예대상'의 베스트커플상의 유력한 후보다.
존박도 빼놓을 수 없는 비예능인 스타다. 엠넷 '슈퍼스타K' 엄친아 캐릭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순박과 허당을 오가는 반전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의 적'에서는 다소 바보스러운 '덜덜이 캐릭터'로 웃음을 안기더니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독설에도 아랑곳 않는 해맑고 순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놀란 토끼눈과 냉면은 존박의 전매특허 히트상품.
정준영도 신 예능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4차원 신랑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KBS2 '1박2일'에서 엉뚱하고 솔직한 모습, 그리고 개성 강한 형들에게 기죽지 않는 당찬 면모로 '요물 막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이 더 기대되는 예능스타다.
◆윤후-지아-추블리 등 '국민아이들' 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어린이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국민 아이들'이라는 애칭을 얻으면서 해당 프로그램 외에도 CF까지 섭렵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아빠 어디가'의 윤후와 김민국, 성준, 송지아, 이준수 등 다섯 아이들 뿐만 아니라 김민율과 성빈 등 가끔 등장한 형제들도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윤후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배려있고 예의바른 모습 등 총체적 캐릭터의 집합으로 많은 사랑을 모았다. 어설픈 어휘력은 오히려 '나가 좋은가봉가' 등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지아앓이'하는 모습은 귀여운 미소를 짓게 했다. 물론 짜파구리를 맛있게 먹는 '먹방스타'이기도 했다. 지아와 함께 MBC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도 올라 역대 최연소 커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준수와 지아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준수는 '아빠 어디가' 방송 초반만 해도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하고 어리광이 심했지만, 지금은 '상남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씩씩한 어린이로 거듭 났다. 지아는 '아빠 어디가'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귀여운 외모와 똑 부러지는 말투, 딸바보 송종국과의 완벽한 '부녀호흡'으로 전국 아빠들의 부러움을 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마스코트 추성훈의 딸 추사랑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추사랑은 매회 이어지는 폭풍 애교와 매력, 그리고 뭐든지 잘 먹는 귀여운 먹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깜찍한 외모와 앙증스러운 말투로 '추블리'라는 애칭도 얻었다.
◆'짐꾼' 이서진부터 '꽃누나' 이미연까지…나영석의 스타들
'국민 아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능 최고령자인 '꽃할배'들과 '꽃누나'들이 새로운 예능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짐꾼' 이서진과 이승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CJ E&M으로 이적한 나영석이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이어 '꽃보다 누나'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모든 출연자들을 예능 스타로 만든 것.
'꽃보다 할배'의 맏형 이순재와 둘째 신구, 셋째 박근형, 막내 백일섭과 43세 젊은 피 이서진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였다. TV와 영화 속에서 존재감 뚜렷한 노배우로 활약한 이들의 여행과 일상이 안방에 공개되면서 '직진 순재' '떼쟁이 백일섭' '마성의 구야형' '궁극의 로맨티스트' 등의 캐릭터를 얻었다. 재미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노년기 일생일대의 여행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 역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대선배 배우들의 가이드이자 운전기사, 통역사를 도맡아야 했던 젊은 짐꾼 이서진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길을 찾느라 '멘붕'을 겪고 '꽃할배'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꽃보다 누나'는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난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여배우들과 '국민동생' 이승기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미연은 '의욕과다' 캐릭터로 웃음을 안겼다. 이승기는 '허당'이라는 기존의 캐릭터가 아깝지 않게 '짐꾼'이 아닌 '짐'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2013년 안방, 비예능인 스타들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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