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올해 브라운관은 여느 때보다 풍성했다. 스크린 흥행퀸들이 속속 브라운관에 복귀하며 강력한 여풍(女風)을 불러일으켰다. 안방극장을 휩쓴 여성파워가 과연 시상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스타트는 송혜교와 김혜수가 끊었다. 둘은 일본 원작드라마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어 김태희와 손예진, 최지우 등 그간 TV드라마와 거리를 뒀던 스타들이 연이어 시청자들 앞에 섰다. TV와 영화를 종횡무진했던 하지원, 문근영, 고현정도 각각 드라마의 타이틀롤로 맹활약을 펼쳤다.
올해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던 여배우들의 복귀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우연의 일치일까, 절반은 웃었고 절반은 울었다.
◆ 김혜수-하지원-송혜교, 흥행·화제·연기력 합격점
올해 최고의 복귀 스타는 단연 송혜교와 김혜수다. 드라마의 흥행성, 화제성, 그리고 연기력 등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졌다.
김혜수(43)는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KBS 2TV '직장의 신'을 선택했다. 2월 첫 방송된 '직장의 신'은 슈퍼갑 비정규직 미스김(김혜수 분)을 중심으로 리얼한 직장 내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드라마는 유쾌하면서도 아팠다. 적절한 한국화 과정을 거친 일본식 코미디는 색다른 웃음을 선사했고, 미스김이 던지는 촌철살인 대사는 뜨끔할 정도로 아프게 직장인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직장에서 '연애질'하는 직장 드라마가 아닌, 리얼한 직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일등공신은 몸을 던져 연기한 김혜수. 현재 김혜수는 '2013 KBS 연기대상'의 유력한 대상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김혜수가 올해 대상을 탄다면 2003년 이후 10년 만의 수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송혜교(31) 역시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송혜교는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각색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시각장애인 오영 역을 맡았다. 그는 실감나는 시각장애 연기는 물론 조인성과 환상의 케미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송혜교는 너무 예뻤다. 시간을 거슬러간 듯한 송혜교의 미모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랜 드라마 공백도, 매서웠던 추위도 송혜교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1월 '제2회 대전 드라마페스티벌'에서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는 현재 '2013 SBS 연기대상' 후보로도 지목돼 있다.
역시 하지원(35)이었다. '믿고 보는 배우' 하지원이 또 한번 MBC 드라마를 살려냈다. '불의 여신 정이'로 침체돼 있던 MBC 월화드라마에 하지원의 '기황후'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드라마는 초반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하지만 하지원이 누구던가. 어떤 드라마도 하지원만의 연기력과 흡입력으로 살려내는 '흥행불패'의 신화다. 그는 극중 고려출신 원나라 황후 기승냥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원은 드라마에서 유독 흥행복이 많았다. '학교2'로 데뷔한 이래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시크릿 가든'로 대박 신화를 이어갔다. 수많은 '폐인'도 양산했다. '황진이' 이후 7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하지원이 올해 MBC 연예대상에서 기분좋은 낭보를 전해줄 지 사뭇 기대가 모아진다. 참고로 하지원은 2006년 드라마 '황진이'로 최연소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 김태희-고현정-문근영, 시청률이 야속해
올해는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선보였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현정(42)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가져온 MBC '여왕의 교실'은 차갑고 까칠한 초등학교 여선생 마여진을 통해 성적 위주의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 학원물이다. 3년 만의 컴백작에서 고현정은 '선덕여왕' '대물' 등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연기를 또한번 펼쳐보였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두자릿대 시청률 고지를 밟지 못한 채 아쉽게 마무리된 것. 하지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고현정은 올해 MBC 연기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희(33)는 이번에도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이 프린세스'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으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첫 사극 도전작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장희빈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겠노라 자신했다. 그는 '역대 가장 아름다운 장희빈'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고운 한복 자태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장옥정과 이순(유아인 분)의 애절한 순애보는 설득력을 잃었고,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순이 되레 주목받으며 "제목을 '이순, 사랑에 살다'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농담마저 흘러나왔다. 김태희 역시 방송에서 "'장옥정'을 찍으며 또 좌절에 빠졌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근영(26)은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몇 안되는 20대 배우다. 특히 그는 사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그가 MBC '불의 여신 정이'에 타이틀롤로 합류한다는 소식에 제2의 '바람의 화원'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흥행공식은 통하지 않았다.
우선 드라마는 지나치게 예상 가능한 드라마 공식을 따랐다.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방식은 '대장금'의 성공기와 다를 바 없었다. 로맨스는 약했고 성공기는 뻔했다. 대신 정치적 암투, 위기와 갈등만 난무했다. 이로 인해 '불의여신 정이'는 MBC 월화극 불패신화마저 무너뜨리는 굴욕을 당했다.
이 외에도 KBS '상어'의 손예진, SBS '수상한 가정부'의 최지우 등이 오랜만에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지현은 SBS '별에서 온 그대'로 5년 만에 컴백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3년엔 유독 여성을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많았다. 네 편의 일본원작 드라마가 그러했고, 강인한 여성을 앞세운 사극도 여러편 제작됐다. 이로 인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여배우들의 귀환이 잇따랐다.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스크린 스타들을 안방극장에서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화제성과 아름다운 외모, 여기에 연기력까지 갖춘 여성스타들의 복귀는 남심(男心)을 흔들었다. 드라마를 소구하는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들에 남성 시청자까지 더해져 흥행과 화제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올해 안방극장은 돌아온 언니들의 맹활약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2014년 새해에도 그리운 스크린 스타들의 브라운관 복귀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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