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피겨여왕' 김연아(24)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김연아는 4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름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2.23점, 예술점수(PCS) 38.37점을 받아 총점 80.6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순위야 김연아가 맨 앞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기록적인 높은 점수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쇼트프로그램 세계 최고점인 78.50점보다 2.10점이나 더 높았다. 비공인 세계최고점으로 경이롭기까지 한 점수였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회에서는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국내 대회가 국제 대회보다 오히려 더 엄격하다. 과한 평가 논란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80점을 넘기는 점수가 나와서 더 놀랐다"라고 전했다.
김연아가 이날 보여줬던 연기는 흠잡을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첫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에서 수행점수(GOE) 2.01점을 챙긴 것에서 보듯이 이미 초반부터 김연아의 연기는 완벽함으로 출발했다.
오히려 과거보다 전체적인 연기에서 안정감이 엿보였다. 플라잉 유나 카멜스핀 등 스텝 시퀀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4를 받았다. 기술적 완성도를 한껏 과시한 결과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김연아의 최대 목표는 올림픽에서 보여줄 연기를 위한 '보완'이었다. 점프보다 스텝이나 스핀 등에서 향상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점수를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GOE로만 10.2점을 쓸어담은 것에서 이미 절반 이상은 성공이었다.
무엇보다 김연아의 나이를 고려하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과다. 피겨계에서 김연아의 나이는 은퇴를 하고도 남을 나이다. 그러나 세계 피겨계에서는 김연아의 기량에 대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충분히 뛸 수 있다"라며 매번 보여주는 연기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체력에 문제가 없고 오른발 중족골(발등과 발바닥 사이를 이루는 뼈) 부상에서도 깨끗하게 나았음을 확인시켜줬다. 부상 후유증을 스스로 극복하며 5일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도 지장이 없음을 예고했다.
관건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이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첫 점프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놓치면서 다소 어려운 연기를 했다. 체력이 100%가 아닌 상황이라 쇼트프로그램보다 긴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에서 안정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감각만 잘 유지한다면 프리스케이팅에서의 무결점 연기도 충분히 기대된다. 정신적인 무장이 잘 되어 있고 목표의식도 뚜렷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그레브 대회에서도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131.12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팬들의 엄청난 관심도 특유의 '강심장'으로 극복하며 긴장감을 스스로 덜었다.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이보다 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기장도 더 크다"라며 올림픽 시즌에 대한 적응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체력과 기술, 정신력 모두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당시로 되돌아가고 있는 김연아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성숙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2연패라는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피겨 여왕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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