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 엘파바는 전 세계 뮤지컬 배우들이 탐내는 역할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행운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위키드'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한국어 초연의 주인공으로 옥주현, 그리고 실력파 신예 박혜나(32)가 발탁됐다.
옥주현은 '위키드'의 한국어 공연이 예고된 이래 꾸준히 가상캐스팅 1순위에 올랐던 인물. 하지만 신예 박혜나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앙상블 오디션부터 시작한 박혜나는 총 4번의 오디션을 거쳐 신데렐라의 꿈을 성취했다. 실력만있다면 무명의 신인도 과감히 기용하는 철저한 실력 위주의 오디션 덕분이었다.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은 박혜나에 대해 "(엘파바로) 만들어보고 싶은 배우"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가창력의 배우"라고 평가했다.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박혜나는 뮤지컬 경험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그는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파워풀한 성량을 자랑했다.
박혜나는 "'위키드' 합격은 그 자체가 감격이었다.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봤고 결과가 좋아 행복했다"며 "합격소식에 눈물흘리며 축하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상캐스팅에도 없었던 예상치 못한 신예가 엘파바로 발탁됐다니, 다들 '얼마나 잘하나 보자'하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그런 생각으로 적잖게 부담이 됐죠. 하지만 연습을 하며 부담감을 떨쳤어요. 배우고 체득하고 가다듬고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았거든요."
'위키드'는 10년의 공연을 통해 해외에서 이미 검증을 받았다. 정교한 무대 장치와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구성,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만큼 매력적인 뮤지컬 넘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화려함 만큼이나 값비싼 무대 의상은 한벌 한벌이 예술이다. 배우들은 공연동안 총 350벌, 40억원에 달하는 의상을 갈아입는다.
엘파바의 의상 역시 마찬가지다. 엘파바가 공연 내내 입고 나오는 블랙 드레스는 평범한 드레스에 그치지 않는다. 조각천을 하나하나 덧댄 총 360겹의 드레스는 땅의 지각과 분출하는 화산의 느낌을 살렸다.
박혜나는 "의상 하나만 봐도 '위키드'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어느 것 하나 허투로 만들어진 것이 없다. 곳곳에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고민, 노력이 담겨 있다"라며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밝혔다.
'위키드'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초록마녀 엘파바와 하얀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박혜나는 엘파바에 대해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용기 있고 마음 따뜻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약간의 피해의식과 자기 비하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도 했다.
"비록 제 얼굴이 초록색이 아니고 마법도 없지만 엘파바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글린다 역으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동갑내기 뮤지컬배우 김보경은 "(박혜나는) 엘파바와 참 잘 어울린다"며 "음역대부터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까지, '엘파바스러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로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꼽았다. "관객들도 좋아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1막부터 쌓아온 드라마가 터지는 순간 부르는 노래예요. 씬 자체가 너무 잘 만들어졌죠. 빗자루를 들고 내려오며 부를 때 참 행복해요. 비록 빗자루 때문에 오른팔이 두꺼워지고 오십견 판정을 받았지만요.(웃음)"
2013년 공연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박혜나는 2014년에도 '위키드'와 함께 상반기를 보낼 예정이다. 그는 "기회가 후회되지 않도록, 즐겁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은 참 감사한 한해였어요. 좋은 분들을 만났고 좋은 기회를 얻었죠. 2014년엔 감사함을 갚아가려 해요. 물론 또 다른 기회도 열심히 찾아야죠.(웃음)"
한편, '위키드'는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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