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똑딱이로는 발전 가능성이 없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내 스윙을 해야 해요."
지난 2012년 5월 3일 대구구장.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김현수(두산)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떨어지는 장타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파워스윙'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고민이었다. 힘차게 휘두르려다가도 카운트가 몰리면 자신도 모르게 맞히는 데 급급해졌다. 무의식 중에 '타율'에 대한 집착이 나타났다.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컨택트 스윙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해 김현수의 성적은 급락했다. 타율 2할9푼1리 7홈런 65타점에 그쳤다. 24홈런을 쳐낸 2년 전 기록의 1/3로 홈런수가 줄어들었다. 믿었던 타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풀시즌을 치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에 미달했다.
김현수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커리어의 반등을 위해선 자극이 필요했다. 그 때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은 다른 팀의 두 선배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이대호(소프트뱅크)와 최정(SK)이었다. 김현수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선발되면서 이대호의 귀중한 조언을 받았다. 당시 김현수의 타격연습을 지켜보던 이대호는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야, 그렇게 툭 맞히려면 차라리 삼진을 당해라. 그냥 세게 휘두르고 삼진 먹는게 히팅 포인트 뒤에 두고 툭 맞혀서 안타 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
김현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약점을 한 마디로 정확하게 깨우쳐준 순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대호는 김현수의 롤모델이었다. 그는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들 보다 (이)대호 형을 닮고 싶다. 대호 형은 부드러운 스윙으로 타구를 멀리 보낸다. 원하는 대로 타구를 날릴 만큼 방망이 기술이 탁월하다"며 "WBC에서 갖다 맞히는 스윙을 했더니 대호 형이 '그렇게 치려면 차라리 삼진을 당하라'고 했다. 그래야 타격이 발전한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최정도 같은 말을 했다. 김현수는 "어떻게 쳐야 잘 치느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둔다고 하더라. 헛스윙을 하더라도 과감히 앞에서 때려야 다음 공도 칠 수 있다는 얘기였다"며 "지난해 헛스윙이 많아지고 삼진 개수가 늘어난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개인적으로도 삼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머릿속에 맴돌기만 하던 생각이 정리되자 김현수는 실행에 옮겼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시즌 초부터 임했다.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락하던 장타력이 반등했고, 우려했던 타율도 좋아졌다. 그는 지난 시즌 극심한 발목 통증에도 불구하고 122경기에서 타율 3할2리 16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최다 홈런에 3할타율도 되찾았다. 삼진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71개로 늘었지만 볼넷을 전해보다 20개 더 얻어 62개로 반등했다.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한 시즌이었다.
새롭게 깨달음을 얻은 김현수는 올해에도 거침없는 스윙을 선보일 생각이다. 그는 9일 구단 시무식을 마친 뒤 "지난해 타격폼을 바꾸면서 얻은 부분이 많다. 올해엔 지난해 느낀 부분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며 "매 타석 장타를 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홈런 갯수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내년 시즌 뒤면 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FA도 다가 왔으니 좀 더 집중력 있게 야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성적이 나아지면 그 때 가서 해외진출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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