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군 사상 첫 야간 훈련. 박경완 SK 2군 감독의 행보가 파격적이다.
인천 문학구장과 송도 LNG구장을 오가는 SK 2군 훈련 일정은 고되다. 문학구장에서 오전 8시 20분 미팅 후 9시에 버스에 올라 송도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이후 점심을 먹은 뒤 문학구장으로 이동해 배팅 위주의 훈련을 한다.
훈련이 마무리되는 오후 5시 무렵. SK 선수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식사 후 6시 30분부터 2시간 가까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 9시가 다 돼서야 야구장을 나선다.
하루 12시간 넘게 야구장에서 지내는 셈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진 SK 2군 코치진과 선수들의 생활이다. SK 관계자는 "2군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저녁을 먹어가며 야간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경완 신임 2군 감독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박 감독은 "감독 취임 후 고민이 많았다. 2군 훈련량을 늘려야겠다고 마음먹고 구단과 상의했다. 2군은 1군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 연습을 통해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야 살아 남는다. 젊은 선수들 체력이 약한 것 같아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길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로 꼽혔다. 박 감독은 프로 23시즌 동안 통산 2천43경기에 출장해 1천480안타 314홈런 995타점을 기록했다. 2001년 포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홈런왕 2회, 골든글러브 4회를 수상했다.
그런 박 감독도 1991년 쌍방울 입단 당시에는 연습생 신분이었다. "21살 때로 기억한다. 훈련량이 무척 많았다. 지금 2군 선수들은 내 화려함밖에 못 봤다. 나도 힘든 시기를 거쳐 이 자리에 올랐다. 당시 훈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한 명이라도 더 1군에 보내기 위해 훈련량을 늘리기로 했다."
비활동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지 한 달이다. 박 감독은 "입술이 부르트고, 찢어졌다"면서 웃었다. 선수들의 고충도 잘 알고 있다. 박 감독은 "이 시기를 이겨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라도 체력이 떨어지면 고전하기 마련이다. 1군에서 쓰일 재목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 프로에 남는 선수는 물론이고, 낙오해 새 삶을 찾는 선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행군은 2월 중국 전지훈련 캠프에서도 이어진다. 박 감독은 "2군의 목표는 1군 백업을 키우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실력을 확실하게 파악해 시즌을 잘 운영하겠다. 앞으로 야간 훈련을 소화하면서 장단점이 파악될 것이다. 선배 코치들과 상의해 보완해나가겠다. 선수와 적당히 타협하는 지도자는 되고 싶지 않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웃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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