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번에도 '피겨 여왕'은 '강심장'이었다.
김연아(24)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 35.89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자국 팬들의 힘을 받아 74.64점으로 2위를 기록하며 바짝 추격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에게는 경험과 고배점의 기술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올 시즌 여자 피겨 최고점인 것이 그렇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에게는 크게 세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먼저 빙질 적응이 문제였다. 선수들이 너무 자주 넘어지다보니 과감한 기술을 구사하는 김연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었다. 쇼트트랙에서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이 넘어졌고 피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연아는 의연했다. 오히려 "생각보다 빙질이 좋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빙질에 연연할 경우 첫 연기에서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 표현을 자제하며 연습에만 몰두했다. 보조 링크와 메인 링크를 오가며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한 번의 실수없이 클린 연기를 펼쳤다. 올 시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와 68회 종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범했던 점프 실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김연아가 견뎌야 할 것들이었다. 러시아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단체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면서 여자 싱글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리프니츠카야가 큰 부담을 견디지 못해 5위로 밀려났지만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2위로 올라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경쓰지 않은 김연아다. 그는 "자국 선수들에 대한 열광적인 응원은 당연한 것이다. 많은 대회를 다녀봐서 함성도 익숙하다"라며 편하게 넘겼다. 쇼트트랙 경기를 관전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불안 요소들을 자신만의 이점으로 돌린 것이다. 김연아는 평소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에 익숙한 편이다.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즐기는 것으로 견딘 김연아다.
마지막으로 오랜 실전 공백 우려를 기술로 잠재웠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국제 대회에는 세 번의 피겨선수권대회(2010, 2011, 2013년)에 나선 것이 전부다. 2012년 독일 NRW트로피, 2103 크로아티아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는 B급 대회다. 국내 대회도 종별 선수권 두 차례가 전부다.
메이저 대회 적응 문제가 러시아와 일본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런 김연아는 '승부사 기질'로 일축했다. 첫 점프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과감하게 뛰어 성공하며 기본점 10.10점에 수행점수(GOE) 1.50점을 받았다.
밴쿠버 당시의 2.00점에 미치지 못했지만 성공적인 연기의 출발을 알렸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후 연기가 물흐르듯 전개되며 '점프의 정석'을 확인했고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완벽함을 보여줬던 김연아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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