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박주영(왓포드)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이었다. 소속팀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전력 외 평가를 받았던 박주영은 2부리그 팀인 왓포드로 임대 이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런데도 벤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주영의 월드컵 본선행이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을 박주영만을 위해서 과감히 깼다. 박주영을 위해 그동안 유지했던 대표팀의 원칙을 깼다는 것은 분명 지탄받을 만한 일이었다.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 과정이 껄끄러움의 연속이었던 이유다.
그렇지만 홍 감독의 승부수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박주영은 홍 감독의 믿음을 골로 보답했다. 원칙을 깨며 자신의 손을 잡아준 홍 감독에게 골로 보은했다. 박주영은 6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그리스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추가골을 더해 한국은 2-0 완승을 거뒀다.
박주영의 골로 박주영 대표 복귀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박주영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홍명보호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 '제1의 원톱'이라는 것도 골로 보여줬다. 홍 감독과의 궁합은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제 박주영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에 들 것은 확실하다.
전반 6분 이청용에게 찔러주는 패스나, 전반 17분 날카로운 침투 플레이에 이은 왼발 논스톱 슈팅에 의한 골은 박주영의 클래스를 입증한 장면이었다. '원샷 원킬' 능력, 그리고 큰 경기에서 강한 박주영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은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동안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과 컨디션은 좋았다.
그런데 박주영에게 어색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백넘버였다. 박주영은 백넘버 '1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박주영에게는 어색한 번호다. 박주영은 그동안 줄곧 대표팀의 상징이라는 백넘버 '10번'을 달고 뛰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박주영은 10번이었다. 상대팀에 교란을 주기 위해 간혹 다른 번호도 달았지만 실전에서는 항상 10번이었다. 그만큼 박주영은 대표팀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그리스전에서 박주영은 12번이었다. 왜 12번을 달았을까. 논란을 일으키며 대표팀에 합류했기에 10번을 달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주영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기에, 게다가 홍명보호에는 처음 발탁됐기에, 팀의 간판 공격수의 상징인 10번은 당장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완벽한 10번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대표팀의 진정한 10번이 되기 위해서, 박주영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주영이 한국 '제1의 원톱'인 것은 맞지만 월드컵 본선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강해지고,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백넘버 12번이 전해주고 있다.
박주영이 앞으로 할 일은 분명히 주어져 있다. 대표팀 한 경기에서 골을 넣고 인정받았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기본 실력은 여전함을 확인시켰으니 이제는 질을 더 높여야 한다. 대표팀에 힘이 될 만한 더욱 강력한 공격수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왓포드에서 지속적인 출전 여부가 관건이다. 당장 왓포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스전 골로 박주영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팬들은 진정한 한국대표팀 에이스, 최고의 킬러 '백넘버 10번' 박주영을 기다리고 있다. 박주영은 백넘버 10번을 되찾아야 한다. 자신의 자리로 완벽히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월드컵 본선 희망도 커진다. 백넘버 12번 박주영은 어색하지 않은가.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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