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부산 KT 전창진 감독의 '퇴장 승부수'가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경기는 상대팀 창원 LG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 감독의 퇴장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KT는 창원 LG와 22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렀다.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힘든 승부를 치르고 올라온 KT였기 때문에 체력 면에서 LG의 우세가 예상됐다. 전력 상으로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가 5위에 그친 KT보다 분명 우위에 있었다.
1쿼터 초반까지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LG는 제퍼슨의 득점과 김시래의 3점슛 등으로 9-2로 앞서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그러던 중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전창진 감독의 퇴장이었다.
LG의 속공 상황에서 김종규의 레이업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제퍼슨이 달라들어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그 과정에서 조성민과의 충돌이 있었다. 제퍼슨의 파울이라고 봐도 무방한 플레이었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그러자 전창진 감독이 폭발하고 말았다.
전 감독은 감독석을 박차고 나와 김도명 심판에게 달려갔다. 몸으로 김 심판을 밀치는 거친 항의가 이어졌다. 그러자 김 심판은 전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 2개를 연속으로 선언, 퇴장을 명령했다. 전 감독은 코트를 떠나면서도 김 심판에게 항의를 그치지 않았다.
프로농구 역대 세 번째 플레이오프(챔프전 포함)에서의 감독 퇴장. 지난 2004~2005시즌 챔프전 전창진 감독(당시 TG), 2011~2012시즌 챔프전 강동희 감독(동부)에 이어 세 번째다. 전 감독 혼자 두 번 퇴장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눈여겨 볼 대목은 2004~2005시즌에도 전 감독의 퇴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전주 KCC와의 챔프전 2차전, 당시에도 전 감독은 경기 초반인 2쿼터에 퇴장을 당했고 TG는 KCC를 꺾고 2연승을 달렸다. 결국 당시 전창진 감독이 이끈 TG는 KCC를 4승2패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이날 경기 전 전 감독은 "던질 경기는 던져야 한다. (체력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내줄 경기는 내주겠다는 뜻. 전자랜드와의 6강에서 체력을 크게 소진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길 경기에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1차전에서 KT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전자랜드와의 5차전을 치른 뒤 불과 하루밖에 쉬지 못했기 때문. 물론, 전 감독이 퇴장 당한 상황은 충분히 항의를 할 수 있는 억울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전 감독의 항의가 평소보다 거칠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전 감독의 퇴장에는 여러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KT 선수들의 투지에 불을 붙이고, 2차전에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전 감독의 퇴장 직후 1쿼터를 10-24로 뒤진 채 마친 KT는 2쿼터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는 LG의 63-58 승리로 끝났지만 전 감독의 퇴장으로 인한 KT 선수들의 각성 효과는 확실했다. KT는 4쿼터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아쉽게 패했다. 전 감독의 퇴장이 계산된 것이었든 아니든, 또 그것이 무엇이든 그의 퇴장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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