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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과도기 서울, 다시 강팀 되기 위한 혼란·방황은 자연스러운 과정

[최용재기자] FC서울은 2000년대 후반부터 K리그 최강의 팀으로 군림해왔다.

매 시즌을 앞둔 전망에서 서울이 우승후보에서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2010년, 2012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업적도 일궈냈다. 정상급 스쿼드가 오랫동안 함께 하며 만들어낸 서울의 축구는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환한 빛을 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과거'가 됐다. 과거의 일이다. 과거의 영광이자 과거의 추억이다. 과거를 수놓았던 화려한 멤버도, 화려한 서울도 이제는 없다.

올 시즌 서울은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했고, 데얀, 아디, 하대성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음에도 그들의 공백을 메울 만한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다. 구단에서 지갑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정상권에서 군림해오던 서울의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은 '과도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현재를 느껴야 하고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현재 서울은 냉정하게 평가해 K리그 클래식 우승 후보에도 들지 못한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부잣집 도련님에서 도전자로 입장이 달라진 이유다.

현실은 이런데 주변에서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랬는데 현재는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아우성이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지금 당장 완벽히 메울 방법은 없는데 당장 방법을 찾아내란다. 어떤 팀이건 과도기에는 제대로 된 모습으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고 좌절과 시련을 겪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팀이 완성된다.

서울은 이런 과정 속에 놓여 있다. 최용수 감독은 제한된 자원으로 스리백, 포백 등을 시도하며 최적의 팀 전술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공격진과 중원에 변화를 주며 최고의 팀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선수들도 하루빨리 과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 2014 K리그 개막 후 3경기에서 1무2패다. 그리고 1골도 넣지 못했다. 최 감독과 서울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뜨겁다. 실망감도 크고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집착한 행태다. 서울의 과거에 얽매여 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서울의 축구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강렬했기에 그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이 그립고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그래서 과거와 똑같이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힘든 일인데도 말이다.

빨리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지금 서울의 모습 그대로를 봐야 한다. 지금 서울은 K리그 최강 클럽이 아니다. 이기는 것에 익숙한 팀이 아니다. 새롭게 태어나 새로운 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더 나은 팀으로 가는 길의 초입에 서 있다. 혼란과 방황의 길 앞에 서 있다. 어떤 감독이라도 지금 이 현실과 마주하면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서울 팬들 역시 과거를 잊고 현재의 서울을 응원해줘야 할 때다. 서울이 더 좋은 팀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성원해줘야 할 시기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과거를 잊고 빨리 좋은 팀을 만들려 노력하는데 주변에서 과거의 추억만 떠올리며 흔든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지금 성적은 분명 최악이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기는커녕 이제 막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반전이 일어날지 모른다. 최 감독과 서울이 시즌 마지막에 어떤 위치에 서 있을지를 상상해야 한다. 지금은 인내하면서 서울의 영광 되찾기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려줘야 한다. 비난은 그 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23일 부산전 패배 후 최 감독은 "조금 더 힘든 시기를 겪으라는 무언의 계시 같다.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 첫 승, 첫 골에 대한 부담감이다. 지난 시즌에도 힘든 시간들을 거쳤다. 자신감을 가지고 여유를 가지면 골이 터질 것이다. 좋은 분위기가 올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내리막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 반전의 분위기를 찾을 것이고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것"이라며 희망을 제시했다.

과거의 서울은 잊어야 한다. 지금의 서울에 익숙해져야 한다. 과거의 영광된 추억을 잊지 못하겠다면 방법은 하나다. 일단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지금의 서울이 과도기를 잘 극복하며 성장하고 발전해야만 과거의 영광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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