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2010년에 발표했던 앨범이 역사의 뒤안길로 씁쓸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다시는 앨범을 내고 싶지 않았어요. 경제 활동인가, 취미 활동인가 스스로 반문도 했죠. 2년쯤 지나니 좀이 쑤시고, 주체할 수 없는 창의력이 꿈틀거렸죠."
가수 이승환이 꺼낸 인터뷰 첫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레전드'마저도 고민하게 만드는 가요계 현실이 묘하게 씁쓸하기도 했고, 숨길 수 없는 가수 본능이 반갑기도 했다. 꿈틀거렸다는 그 창의력이 새 음반을 기대케 했다.
이승환이 2010년 5월 10집 '드리마이저' 이후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전(前)'으로 4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했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심기일전 했다. 대중들에게는 가까운, 음악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앨범을 위해 고심했다.
대중들의 반응이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가수들도 많지만, 이승환은 "무조건 흥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앨범 순수제작비가 4억 8천만원이 들었다. 뮤직비디오도 다섯 편이나 찍는 등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영화 '밤의 여왕'에 투자도 하고 소송도 걸었는데 제작자가 잠수를 탔다. 이번 앨범이 안 되면 저의 앞길도, 드림팩토리도 막막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11집 앨범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는데 흥행 성적에 따라 후편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여유롭게 웃었지만, 위기감이 느껴졌다. 비단 경제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가수로서의 자존심이었다. 당장 다음 앨범, 그리고 멀리는 가수로서의 생명력과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앨범이다. 늘 그랬지만, 이승환은 이번 앨범에도 아낌 없이 투자했다.
런던에 위치한 레코딩 스튜디오 애비로드에서 작업했고,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와 최정상급 레코딩, 믹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작곡가 황성제와 단 둘이 직접 녹음을 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만큼 많은 정성을 쏟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앨범이다.
대중과의 교감을 위한 방법도 고민했다. 음악만 믿고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 프론티어답게 5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 뮤비는 용준형과 이세영 등이 참여해 많은 화제가 됐다.
요즘 가요계 트렌드인 콜라보레이션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음악과 어울려야 한다는 전제 아래, 배우 이보영을 비롯해 가수 이소은, MC메타(가리온), 유성은, 실력파 보컬그룹 러쉬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팝재즈 싱어 바우터 하멜(Wouter hamel)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번 앨범은 예전보다 대중적으로 만들되 완성도는 높이고 싶었다. 좀 더 투자하고 싶었다. 지켜보는 후배들이 '형은 후져'라고 할까봐, 완성도 면에서 흠 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명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는 직설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그는 "곧 비상을 위한 추락이었다는 의미"라며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답답하고 체념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힘을 내라. 이제 바닥을 치지 않았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올해로 데뷔한지 25주년을 맞았다. "남들에게는 앙탈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시간들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정직하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모토였고 비교적 그런 편이었는데 많이 몰아붙임을 당했다. 그런 것에 대한 피해의식도 있다"면서도 "순탄치 않았지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행운아였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7080에도 나가지만 인디 페스티벌에 나가는 유일한 사람이다. 인디와 오버의 접점에 있는 뮤지션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데뷔 25년이 지났지만 뮤지션 이승환은 여전히 젊다. 과거의 '레전드'가 되기를 거부한다. 후배 뮤지션들에게 존경받지만 그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교류한다. '인기의 지표'라고 생각한다는 콘서트는 여전히 관객들이 꽉 들어찬다. 대중적인 발라드도 하지만, 실험적인 음악도 한다.
실험적인 음악, 이승환의 취향을 담은 또다른 음악은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후편에 담긴다. 전편의 흥행 여부에 발매 여부가 달려있다는 후편. 이승환은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는 공연에서도 불렀던 노래인데 관객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이 있다"고 웃었다. 이승환의 자신감이 한없이 반갑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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