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해 10위를 기록했다. 한때 강등권까지 내려 갔다가 어렵게 올라와 1부리그에 살아 남았다.
자존심이 상한 전남은 노련한 현영민을 시작으로 김영우를 영입해 수비를 보강했고 스테보와 크리즈만 등 외국인 공격수를 데려와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기존의 이종호, 심동운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 신구조화를 이뤄 상위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위권이나 다크호스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전남은 시즌 개막과 함께 탄탄한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가 된 것이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클래식 7라운드를 치른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의 생각도 그랬다. 서 감독은 "전남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 멤버 자체의 변화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주변의 후한 평가에 대해 전남 하석주 감독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데이터로 은근히 좋은 성적을 인정했다. 하 감독은 "오늘이 정말 중요한 경기다"라고 수원전을 정의한 뒤 "기존 선수들이 각종 사정으로 많이 나서지 못해 교체 요원들이 선발로 투입됐는데 이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로 올라왔는지 확인할 것이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이날 전남은 기존 전력에서 현영민과 이승희가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했다. 또, 수비수 김영우와 안용우, 홍진기도 몸이 좋지 않고 스테보는 수원과 임대 논란을 의식해 빼버렸다.
그래도 하 감독은 "미친 선수가 나와주기를 바란다"라며 기대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 없이 경쟁 체제로 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 실력만 보여준다면 누구든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전남은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FC서울, 울산 현대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1무7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서울, 울산에 2승을 거두고 포항과 비기는 등 세 팀을 만나 승점 7점을 따내며 선전하고 있다.
고비마다 골을 넣은 스테보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선수들에게 주변에서 스테보 효과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수들이 버텨줬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다"라며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조직력이 초반 전남의 선전을 이어가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하 감독은 수원전에 코니, 박선용 등을 처음으로 선발로 내세웠다. 그는 "코니에게 선발로 내보내겠다고 하니 공격수냐고 묻더라. 원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라고 하자 고마워하더라"라며 출전 자체에 감사함을 잊지 않는 외국인 선수까지 한 팀이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하 감독의 격려 때문이었는지 전남은 선발진의 절반이 교체됐지만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지난해 수원을 상대로는 1승 1무로 우위를 보여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전남은 승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수원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후반 25분 염기훈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0-1로 아쉽게 패했다. 지긴 했지만 전남의 달라진 경기력을 엿볼 수 있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