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오늘은 쉽니다. 내일 선발 포수라."
넥센 염경엽 감독은 15일 LG전 선발 라인업에서 외국인 선수 로티노를 제외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날 포수 출전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시키겠다는 속 뜻이다.
로티노의 포수 출전은 최근 프로야구에서 큰 이슈가 됐다. 로티노는 지난 10일 KIA전에 선발 포수로 출전해 선발 투수 밴헤켄과 호흡을 맞추며 넥센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밴헤켄은 이날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로티노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주전 포수 허도환의 가벼운 부상 때문이다. 로티노는 넥센 입단 당시부터 포수 포지션도 가능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소 이른 포수 데뷔였다. 지난 2004년 한화의 엔젤 이후 10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포수다.
로티노는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305경기에 포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이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밴헤켄과도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경기 후 밴헤켄도 "리드가 좋았다"고 로티노를 칭찬했다.
포수 훈련도 꾸준히 받고 있는 로티노는 15일 LG전을 앞두고 불펜에서 나이트의 공을 받았다. 불펜 피칭을 마치고는 긴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나이트-로티노 배터리의 결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그냥 한 번 받아봤을 것"이라며 "물론 나중에 나이트의 공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준비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은 로티노에게 밴헤켄의 공만 받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밴헤켄-로티노 배터리가 첫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이유로는 두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이 꼽히기도 한다. 경기 후 밴헤켄은 "정말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짝과 함께 나서게 됐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또 한 명 말이 통하는 선수인 나이트와의 배터리는 왜 불가 판정이 내려진 것일까. 염 감독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른손 투수의 공도 받을 수 있을 때가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며 투수의 좌-우 유형을 언급했다.
이는 주자 견제 능력을 의미한다. 우투수보다는 좌투수가 1루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 두기 편하다. 투구 시 1루 쪽을 바라보고 서기 때문이다.
로티노는 전문 포수가 아니기 때문에 도루 저지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밴헤켄과 호흡을 맞춘 10일 KIA전에서도 도루 2개를 허용했다. 차일목의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지만, 발이 느린 편인 차일목이 도루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로티노의 도루 저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로티노가 만약 우투수와 배터리를 이룬다면 더 많은 도루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 염 감독의 판단이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포수로서의 능력이 향상된다면 향후 나이트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포수 로티노'는 일단 밴헤켄의 전담으로만 나설 전망이다. 염 감독의 말대로라면 16일 LG전에서 두 번째로 밴헤켄과 호흡을 맞춘다. 아직은 한정된 기용이지만, 로티노가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넥센의 선수 활용폭은 더욱 넓어졌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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