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자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은 여전히 LG 트윈스에 머물고 있었다.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를 꺾고 어렵사리 5연패에서 벗어났다. LG는 25일 잠실 홈에서 KIA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 후 첫 승리였다.
4회초 김원섭에게 2타점 3루타를 허용하며 0-2로 끌려가던 LG는 5회말과 7회말 한 점씩 따라붙은 뒤 8회말 이진영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2로 역전했다. 이날 얻어낸 3점이 모두 2사 후에 나온 점이라는 것이 LG 선수들의 집중력을 잘 설명해 준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한 이유는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사퇴한 김기태 감독에게 승리를 안기기 위함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위해 물러난다"는 말을 남기고 감독직을 내놨다.
승리 후 조계현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겼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을 계기로 팀이 예전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며 "오늘 승리가 김기태 감독에게 작은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행정상으로 LG의 감독은 김기태 감독이다. LG가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 조 수석코치도 한사코 자신을 감독대행이 아닌 수석코치로 불러달라고 말하고 있다. 지휘봉은 자신이 대신 잡고 있지만, 아직까지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전날 24일 삼성전에서 무려 43개의 공을 던졌던 봉중근은 이날도 9회초 1사 1루의 위기를 맞자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냈다. 무리한 등판으로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져 있었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신력으로 극복해냈다.
봉중근은 "24일 삼성전부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김기태 감독님이 보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더 집중해서 던졌다. 오늘 승리를 발판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봉중근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LG 선수들은 득점 후 덕아웃으로 돌아온 뒤 검지를 맞부딪히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검지 세리머니는 김기태 감독의 전매특허다. 그렇게 LG 선수단은 마음으로나마 김기태 감독과 함께하며 연패에서 벗어났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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