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연패는 없다.' 넥센 히어로즈는 5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16-8로 이겼다. 전날 9회까지 상대에게 7-2로 앞서고 있다가 9회말 거짓말처럼 7-8로 역전패를 당한 충격에서 하루 만에 벗어났다.
이날 팀이 대승을 거둔데는 타선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홈런 2방을 몰아치며 부문 1위에 오른 박병호와 역시 같은날 대포를 쏘아 올린 강정호도 제 역할을 했다. 결정적인 역할은 유한준이 했다. 경기 초반인 1회 대량득점의 물꼬를 튼 유한준 덕분에 분위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유한준은 이날 홈런을 없었지만 세 차례나 2루타를 쳤다. 5타수 3안타 1볼넷 5타점을 기록했다. 우익수 겸 8번 타자로 나왔으나 활약상은 중심 타선 못지 않았다. 올 시즌 넥센 타선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 예다.
유한준은 올 시즌 출발이 어느때보다 좋았다. 개막 후 7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는 등 하위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게 방망이가 고개를 숙였다. 주루 플레이 도중 다친 왼쪽 발목 부상 영향도 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런 유한준에게 일단 휴식 시간을 줬다.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잠실구장에서 치른 두산 베어스와 원정 3연전 선발명단에서 유한준은 빠졌다. 염 감독은 유한준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쉴 수 있게 배려했다.
여유를 찾은 유한준은 KIA와 3연전에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멈췄던 타점 행진도 다시 시작했다. 앞선 두 차례 경기였던 3일과 4일 각각 1타점으로 감을 조절한 그는 5일 KIA전에서 타점을 몰아 올렸다.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모두 멀티히트를 쳐내며 타격감도 끌어 올렸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유한준은 "앞선 타자들이 출루를 잘 해줬기 때문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자를 불러들이는 능력이 예전과 견줘 더 나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는 마음속으로 '2010 어게인'을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한준은 지난 2010년 팀 타선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당시 그는 131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1리 9홈런 79타점을 기록,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그해 5월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는 만루포와 2점 홈런 등 5안타로 8타점을 올려, 프로야구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유한준은 2011시즌에도 타율 2할8푼9리 54타점을 올리며 제몫을 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 시즌까지 2년 동안은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 탓도 있었고 '잘 해야 한다'는 부담도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
유한준은 5일 현재 2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올린 40타점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페이스다. 타율도 다시 3할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KIA전 5타점에 대해서도 "1회초 타구는 운이 정말 많이 따랐다"며 "KIA 중견수 이대형에게 잡히는 공이었지만 햇빛 때문에 잡지 못해 2루타가 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유한준은 "초반부터 점수 차가 많이 나다보니 편안하게 마음먹고 타석에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상대팀에게 만만한 타자가 아니다. 2010시즌을 뛰어 넘는 목표를 세워도 과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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