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전술을 선호해왔다. 20세 이하(U-20) 대표팀 시절부터 A대표팀을 맡아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치르기까지 전술의 기본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명 수비수 출신답게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면서 관리형 축구를 구사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모험적이고 적극성을 띤 축구를 구사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는 월드컵 대표팀 최종 선발 단계에서 예비엔트리로 밀린 이명주(포항 스틸러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명주는 포항에서 뛰어난 공격 가담 능력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수비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김태수나 황지수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자리를 바꿔가며 수비 뒷공간을 메우는 솜씨는 훌륭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명주의 수비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며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수비를 중요시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볼 간수가 좋고 전방으로의 패스가 좋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중앙 미드필드 파트너로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을 택했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는데, 너무 뒤로 물러서서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무의미한 볼 소유만 계속됐다.
지난 4년간 축구 전술의 세계적 경향은 계속 바뀌어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짧은 패스 중심으로 특급 공격수 부재의 단점을 메우며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클럽 축구에서도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빛을 발했다.
하지만, 화려해 보였던 이 전술을 깬 것이 바로 빠른 역습에 기반을 둔 실리 축구다. 그렇다고 골이 안터진 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공간을 비우고 나올 때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무너뜨리며 대량 득점하는 경우를 알제리가 한국을 상대로 보여줬다. 또, 프랑스나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였다.
수비적이라고 평가 받았던 플랫3의 재등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 축구에서는 플랫3가 후진적인 수비 전술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세계 축구에서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나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칠레 등이 플랫3를 들고나와 실리 축구에 불을 붙였다.
전술은 시대에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지만 홍 감독의 고정된 안정지향적인 스타일은 요동치지 않았다. 비슷한 스타일의 러시아를 상대로는 효과를 봤는지 몰라도 알제리나, 벨기에에게는 관리 축구가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수 교체 카드 활용도 고정적이었다. 측면 날개가 부진하면 측면 날개 자원을 교체 투입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선수만 바꿨을 뿐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선수 교체 후 전형이 변화한다든가 하는 능동적 대처도 부족했다. 선제적 대응이 아닌 소극적 대처 중심이었다.
비단 홍 감독 뿐만이 아니다. 축구협회는 늘 한 발 늦었다. 예를 들어 2006 독일월드컵에서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형이 유행처럼 번지자 뒤늦게 지도자들에게 공부를 시켰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전술은 또 변했다. 4-2-3-1이 만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해당 포메이션과 전술이 옳다는 지도는 계속됐다. 비단 4-2-3-1이 아니더라도 4-4-2, 3-5-2 등 상황에 따른 포메이션과 전술적 대처가 동반됐어야 하는데 변화가 느렸다.
익명의 K리그 한 구단 감독은 "전술의 유연성은 비단 지도자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 기술 그룹의 역할이 중요한데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술위원회가 늘 종이 단체로 전락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독의 전술이 부족하다 싶으면 제대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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